국제 국제일반

기시다 지지율 17%로 급락…아베파 각료 4명 경질

[日 내각 흔든 '비자금 스캔들']

관방장관·경제산업상 등 요직 교체

2인자 하야시 등 전임 각료 발탁

기시다파로 수사 확대 가능성도

자민당 내부선 후임 총리 물색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3일(현지시간) 총리 관저에서 기자회견 중 최근 불거진 정치자금 스캔들 의혹에 답변하면서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일본 내각에 대한 지지율은 17.1%까지 급락했다. AP연합뉴스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3일(현지시간) 총리 관저에서 기자회견 중 최근 불거진 정치자금 스캔들 의혹에 답변하면서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일본 내각에 대한 지지율은 17.1%까지 급락했다. AP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이른바 ‘비자금 스캔들’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자민당 아베파 각료 4명을 사실상 경질하고 이 자리를 비(非)아베파로 채웠다. 아베파 차관 및 당 간부들도 자리에서 물러났다. 기시다 총리가 사태 수습을 위해 아베파 물갈이라는 강수를 뒀지만 후임 인선에 애를 먹은 탓에 취약한 당내 입지가 부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비자금 스캔들을 파헤치는 검찰의 칼끝이 기시다파를 향할 가능성도 거론되며 총리 교체설까지 제기되는 등 일본 정국이 혼란을 거듭하는 모습이다.



14일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내각 서열 2위인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과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산업상, 스즈키 준지 총무상, 미야시타 이치로 농림수산상 등 4명의 각료 제출한 사표를 수리했다. 이들은 모두 집권 여당 자민당의 최대 파벌인 아베파의 중역으로 최근 불거진 비자금 조성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물러난 아베파 인사들은 이들만이 아니다. 차관인 부대신 의원 5명도 교체됐고 당 중역인 하기우다 고이치 당 정조회장, 다카기 쓰요시 당 국회대책위원장도 사표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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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기간 자민당의 압도적 파벌로 군림했던 아베파의 빈자리에는 비아베파 인사들이 들어섰다. 기시다 총리는 관방장관에 하야시 요시마사 전 외무상(기시다파)을, 경제산업상에 사이토 겐 전 법무상(무파벌), 총무상에 마쓰모토 다케아키 전 총무상(아소파), 농림수산상에 사카모토 데쓰시 전 지방창생담당상(모리야마파)을 임명했다. 부대신 5석도 모두 비아베파 인사들로 채워졌다. 특히 4명의 신임 각료는 모두 전임 각료 출신으로 기시다 총리가 안정적인 국정운영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기시다 총리가 이처럼 파격적인 개각으로 위기를 넘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오히려 “기시다 총리의 당내 기반이 그 어느 때보다 약한 상태(니혼게이자이신문)” “기시다 총리의 기반 약화가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아사히신문)” 등의 평가가 나온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기시다파 2인자인 하야시 전 외무상의 재입각이다. 방위상·경제재정상·농림수산상·문부과학상에 외무상까지 역임한 하야시 전 외무상은 기시다 총리의 최대 경쟁자로 꼽혔다. 기시다 총리가 올해 9월 개각에서 하야시 전 외무상을 중용하지 않은 것도 견제 차원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기시다 총리는 이번에도 관방장관 자리에 무파벌 의원인 하마다 야스카즈 전 방위상을 앉히려 했으나 하마다 의원이 고사해 결국 하야시 전 외무상을 찾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닛케이는 “관방장관의 후임으로 무파벌 의원이 물망에 올랐다는 소식에 후보로 지목되는 의원들이 일제히 저자세를 취했다”며 후임 인선의 난맥상을 보도했다. 이 밖에 아베파의 압박으로 인해 인사 폭도 당초 계획보다 축소됐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일본 검찰이 비자금 스캔들에 대한 본격 수사에 나서면서 20% 초반 수준인 기시다 내각의 지지율이 더 떨어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도쿄지검 특수부는 아베파가 과거 정치자금 모금 행사를 주최하면서 티켓 수익의 일부를 의원에게 넘기고도 이를 기재하지 않는 방식으로 약 5억 엔(45억 원)을 비자금화했다고 보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기시다파도 과거 티켓 수익의 일부를 기재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13일 새롭게 제기돼 수사 대상이 확대될 여지도 있다. 다만 검찰은 기시다파는 아베파와 달리 조직성이 강하지 않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자민당 내부에서는 기시다 총리의 후임을 물색하는 움직임도 조심스럽게 나타나고 있다.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이 언론 인터뷰에서 “내년도 예산 성립 후 기시다 총리가 사임할 수 있다”고 발언한 것이 대표적이다. 무파벌의 노다 세이코 의원도 12일 가까운 의원들과 저녁 식사를 하는 등 세 결집에 나섰다.


김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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