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무용단의 대표 레퍼토리 ‘묵향(墨香)’이 10주년을 맞아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관객과 다시 만난다.
묵향은 정갈한 선비정신을 상징하는 사군자(매·난·국·죽)를 한 폭의 수묵화처럼 한국무용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윤성주 전 국립무용단 예술감독이 안무하고 패션 디자이너 출신 정구호 연출에 참여했다. 2013년 초연해 10년간 10개국에서 43회 공연됐다. 국립무용단은 오는 17일까지 묵향을 국립극장 무대에 다시 올린다.
묵향은 무용, 의상, 음악에서 최대한 전통 양식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현대미를 가미해 세련되게 한국 무용을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작품은 총 6장으로 구성돼 있다. 작품의 시작과 끝인 서무와 종무는 먹향을 품은 백색과 흑색으로, 나머지 2~5장은 화려한 색채로 표현된다. 무대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네 조각의 화이트 스크린에 각 색이 천천히 물들이는 방식으로 공연된다. 무용수는 달항아리처럼 부푼 치맛자락과 짧은 저고리의 한복을 입는다. 거문고와 첼로, 가야금과 바이올린 등 전통 음악에 서양 악기가 곁들인 음악으로 색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무대와 무용수, 음악이 조화를 이루며 생동감 있는 수묵화를 보는 듯한 경험을 할 수 있다. 묵향이 한국 무용에 낯선 관객은 물론 외국인 관객에게서 호평을 받을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묵향은 2013년 12월 초연 후 6개월 만인 2014년 6월에 해오름극장에서 재공연됐다. 일본, 홍콩, 프랑스, 덴마크, 헝가리 등에서 공연한 데 이어 지난 10월에는 미국, 캐나다 등 북미 지역에서도 현지 관객과 만났다. 올해 10주년을 기념해 국립무용단 전원이 팀을 나눠 출연하고 재개관한 해오름극장에 맞춰 영상도 업그레이드했다.
정구호 연출가는 “묵향은 국립무용단의 귀중한 자산인 전통춤이 지닌 무한한 깊이와 품격을 보여주는 작품”이라며 “한국춤의 뿌리와 핵심을 추출해 현대적으로 표현했기에 가장 진화된 전통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