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내년 최소 세 차례의 금리 인하를 시사하면서 엔화 가치가 출렁이고 있다. 미국의 장기금리 하락에 따른 달러 매도, 엔화 매수가 가속화하며 14일(현지 시간) 장중 엔·달러 환율이 140엔 후반까지 하락(엔화 가치 상승)한 가운데 시장의 관심은 19일 발표될 일본은행(BOJ)의 올해 마지막 금융정책결정회의 내용과 마이너스 금리 해제 여부에 쏠리고 있다.
15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장중 141.6엔으로 떨어지며 달러 약세, 엔화 강세 흐름을 보였다. 앞서 14일에는 전날 미 연준이 사실상 ‘긴축 종료’를 선언, 미국 장기금리가 4.0% 아래로 떨어지며 미일 금리 차가 축소됐고 달러 매도가 이어져 엔화 가치가 달러당 140엔대 후반까지 뛰었다.
시장에서는 엔화의 향방을 두고 의견이 갈리는 상황이다. 엔고에 무게를 두는 쪽에서는 미국의 금리 인하에 BOJ의 금융정책 전환(금리 인상)이 더해져 내년 말 엔화 시세가 달러당 130엔대까지 갈 것으로 본다. 우에노 다이사쿠 미쓰비시UFJ모건스탠리증권 수석 외환전략가는 “미국 장기금리가 1% 내려가면 달러 대비 엔 시세는 10엔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며 “미국의 금리 인하가 본격적으로 개시되면 내년 130엔대까지 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노무라증권은 미국의 금리 인하 폭이 1.0% 정도일 경우에는 130~135엔, 인하 폭이 1.5~2.0%로 본격화할 경우 120엔대까지 엔고가 진행될 수 있다고 예측했다.
반면 최근의 엔고는 미일 금리 차의 급속한 축소로 인한 일시적인 포지션 조정 성격이 강한 만큼 지속성을 갖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이 빠른 속도로 금리를 내리지 않는 한 BOJ와의 정책금리 차가 큰 폭으로 변화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다. 시마즈 히로키 MCP자산운용 전략가는 이 같은 이유로 엔 시세가 150엔에서 상하 10엔 정도 움직이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엔화 향방을 둘러싼 전망이 엇갈리는 가운데 시장의 관심은 18~19일 열리는 BOJ의 금융정책결정회의에 집중되고 있다. 앞서 우에다 가즈오 BOJ 총재의 “연말부터 내년 초에 걸쳐 ‘챌린징(challenging)’이 될 것”이라는 일명 ‘챌린징 발언’으로 7~8일 뉴욕·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가 급등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쉽지 않은 시간이 될 것’이라는 말이 ‘마이너스 금리 조기 해제’를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이 11월 경제학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80% 이상이 내년 BOJ의 마이너스 금리 해제를 예상했고 이 중 절반은 4월을 가장 유력하게 봤으나 최근에는 시기 전망을 1월로 앞당기는 움직임도 관측되고 있다.
당장 19일 우에다 총재의 기자회견에서 ‘정책 해제’ 발표가 나올 가능성은 낮다는 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시장이 주목하는 것은 향후 출구전략에 대한 BOJ의 메시지다. 로이터통신은 “BOJ가 초완화 통화정책에서 올해 벗어날 것이라는 기대는 이미 희미해졌다”며 “시장의 초점은 우에다 총재가 마이너스 금리 퇴출 시점에 대해 제시하는 ‘어떤 힌트’에 맞춰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미국의 금리 인하 방침에 BOJ의 정책 전환이 지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노무라증권은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직후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외환시장 안정을 중시하는 BOJ가 미국과 역방향 정책을 펼 가능성은 낮다”며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실었다. 가우치 다카히데 노무라증권 연구원은 “미국이 내년 봄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금리 인하를 실시해 이른 시일 내에 금리 인하 관측이 잦아들면 연말께가 돼서야 BOJ가 마이너스 금리 해제에 나설 여건이 조성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