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긴축 결승선은 아직 오지 않았다[김흥록 특파원의 뉴욕포커스]

FOMC 이후 피벗 기대 커졌지만

인플레 2% 도달 시점 등 미지수

전망에 겸손하고 변화에 민첩해야





2022년 3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 긴축 이후 시장의 분위기를 뒤바꾼 두 개의 연준 행사가 있다. 첫 번째는 지난해 8월 열렸던 경제정책 심포지엄(잭슨홀미팅)이다. 당시 시장에는 주가가 떨어지면 연준이 결국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할 것이라는 이른바 ‘페드풋(Fed put)’ 기대감이 공공연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그러나 잭슨홀 미팅에서 단 8분 50초의 짧은 연설로 이 기대를 깨뜨렸다. 파월 의장은 자신의 롤모델이 사회 각층의 반대와 협박을 버티며 인플레이션과 싸웠던 전설의 통화정책가 폴 볼커 전 연준 의장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시장의 예상을 넘는 매파적 발언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그날 이후 두 달 여간 고점 대비 20%가량 하락했다.



두 번째는 아마도 최근 열린 12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일 듯하다. 이번에는 반대 방향의 놀라움이었다. 시장 스스로 금리 인하 기대감이 과도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커져 갈 때쯤, 파월 의장은 사실상 이번 긴축 주기에서 금리 인상이 끝났다고 선언했다. 동시에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한 논의를 개시했다고 공식화했다. 이 발언에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역사상 처음으로 3만 7000선을 뚫고 사흘 연속 최고치를 경신했다.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7월 말 이후 처음으로 4% 밑으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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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잭슨홀 연설로 시장은 긴축 강화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였고 이번 FOMC를 계기로 긴축 마무리를 기대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긴축 주기는 과연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는 것일까. 인플레이션이 진전되고 있다는 점과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이 끝나간다는 것은 결이 다른 이야기다.

이번 인플레이션 주기에서 투자자들이 배운 교훈 중 하나는 경제 예측은 어렵다는 점이다.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인 현상(transitory)일 것이라고 진단했던 것도 그렇고, 올해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이 잠재성장률을 훌쩍 뛰어넘는 2.6%에 이를 것이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지난해 12월 연준이 전망한 올해 미국 GDP 성장률은 0.5%였다. 올 11월 소비만 하더라도 시장은 하락 전환을 점쳤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증가세가 계속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예상치 못한 경제의 흐름이 내년에 어떻게 나타날지는 현재로서는 미지수다. 이대로 연착륙한다면 최고의 시나리오지만, 갑자기 꺾일지도 모를 일이다. 침체에 대한 월가의 전망은 현재 팽팽하다. 인플레이션도 2%로 가는 마지막 고비를 넘는데 얼마만큼의 시간이 걸릴지 모를 일이다.

지난해 시장의 키워드도 시시각각 변했다. 연초 실리콘밸리 은행 붕괴 사태 이후 금융 부실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가 이와 맞물려 상업용부동산에 대한 경고가 일었다. 불과 한두 달 전에는 미국 부채 증가 등으로 채권 수익률 급등을 우려했다. 이런 분위기가 지난 주제가 됐다고 해서 당시 도마에 올랐던 리스크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최근 만난 뉴욕의 한 투자 전문가는 “아직 상업용부동산 위기는 시작도 하지 않은 것일 수 있다”고 했다. 미국 연방정부의 부채가 그 사이 줄어든 것도 아니다. 월가의 투자은행 바클레이스는 12월 FOMC 이후 연준의 금리 인하 계획을 반영해 내년 말 10년물 국채 수익률 전망을 기존 4.5%에서 4.35%로 낮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는 현재 10년물 국채 수익률 3.95%보다 더 높다. 바클레이스는 12월 FOMC 이후 자산 시장의 증가세가 과도하다고 생각하는 셈이다.

연준이 이번에 제시한 점도표에서 위원 19명의 내년 말 금리 전망은 4% 이하부터 5.25~5.5%까지 다양했다. 3년 뒤인 2026년의 금리 전망도 2% 초반부터 5%까지 갈리고 있다. 연준 내부에서도 2026년까지 할 일이 남았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모습이다. 투자자들과 정책 당국자들이 경제 상황과 전망 앞에서 어느 때보다 겸손하고(humble) 또 변화의 신호에 민첩하게(nimble) 대응해야 할 때다.


뉴욕=김흥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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