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대중문화의 키워드 중 하나는 ‘일본 문화 열풍’ 이었다. 연초 ‘더 퍼스트 슬램덩크’와 ‘스즈메의 문단속’이 영화계를 점령했다면, 연말 공연계는 J팝 아티스트들이 접수했다. 현존 일본 최고의 아티스트로 손꼽히는 요아소비가 16·17일 내한해 팬들을 열광의 도가니로 빠트렸다.
‘밤놀이’를 뜻하는 요아소비는 프로듀서 아야세와 보컬 이쿠라로 구성된 2인조 프로젝트 유닛이다. 해외 첫 단독 공연을 한국으로 택한 이들의 공연은 16일 하루만 계획되어 있었지만 1분 만에 매진됐고, 추가로 열린 17일 공연 역시 1분 만에 모두 팔렸다.
공연이 열린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화정체육관에는 양일 간 8500명에 달하는 관객이 모여 요아소비의 음악을 즐겼다.
무대의 포문을 연 것은 데뷔곡 ‘밤을 달리다’였다. 요아소비는 공연이 시작됨과 동시에 “위 아 요아소비!"를 외치며 무대 위를 뛰어다녔다.
이날 공연에서 절반에 가까운 세트리스트가 애니메이션 관련 곡으로 채워졌다. 불멸의 지식재산(IP) 포켓몬스터의 주제곡 ‘비리비리’(반짝반짝)부터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비스타즈’ ‘장송의 프리렌’ 등의 주제곡이 연주될 때마다 팬들은 큰 목소리로 곡을 따라불렀다. 배경으로 애니메이션 영상이 나오는 것도 관객들의 몰입을 도왔다.
‘상냥한 혜성’에서는 팬들의 카메라 플래시가 공연장을 아름다운 불빛으로 가득 채웠다. 서투른 한국말로 편지를 적어온 아야세는 “저는 바보라 메모를 보면서 말할테니 용서해달라”며 “언제나 저희를 응원해 주시는 여러분들의 소리는 일본에서도 들린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사랑과 존경심을 담아 연주하겠다”고 전했다. 이쿠라도 “저희 요아소비는 한국 문화를 아주 좋아한다”며 “한국 공연은 저희의 꿈이었고 이렇게 공연할 수 있어서 너무나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꿈을 이루게 해줘서 고맙다”며 “앞으로도 꿈을 같이 이뤄가자”고 이야기했다. 이후 이어간 히트곡 ‘군청’에서 팬들의 떼창 소리는 절정에 달했다.
90분간의 무대의 대미를 장식한 것은 애니메이션 ‘최애의 아이’의 주제곡 ‘아이돌’이었다. 유튜브 조회 수가 4억 회에 육박하는 ‘아이돌’은 올해 유튜브 국내 최고 인기 뮤직비디오에 유일한 해외 아티스트 곡으로 6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는 에스파의 ‘스파이시’, 세븐틴의 ‘손오공’, 정국의 ‘세븐’보다 위에 있는 것이다. 9월에는 엠넷 ‘엠카운트다운’에 출연해 선보이기도 했다.
총 16곡을 선보인 요아소비에 대한 팬들의 환호는 상상 이상이었다. 웬만한 아이돌은 명함도 내밀지 못할 정도로 함성과 떼창 소리가 컸고, 율동 동작도 격렬했다. “카와이”(귀엽다)라는 팬들의 외침이 계속해 들렸다. 서브컬처로만 치부되던 일본 문화의 영향력이 확실히 커지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일본 문화 열풍은 내년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일본의 톱 밴드 중 하나인 원 오크 록 역시 2일 내한 공연을 펼쳤고, 내년 2월에는 최근 주목받고 있는 아티스트 아도가 내한한다.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상과 칸 영화제 각본상을 수상한 하마구치 류스케의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가 20일 재개봉하고 감독도 한국을 찾는다. ‘스즈메의 문단속’의 특별판도 개봉해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올해 세 번째로 한국을 찾는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괴물’은 외화 흥행 1위를 기록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