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아침 9시. 서울 강남구 논현동 앰더블유앤컴퍼니 사무실이 위치한 SB타워에 검은색 수입 밴 차량이 정차했다. 평소 소탈한 성격으로 알려진 조 고문은 수행원 없이 차에 내려 건물 출입구로 들어왔다. 앰더블유앤컴퍼니는 2021년 조 고문이 직접 설립한 신기술금융회사다. 지난 5일 MBK파트너스와 공동으로 동생이 회장으로 있는 한국앤컴퍼니에 대한 공개매수를 선언한 이후에도 조 고문은 이곳으로 출퇴근을 했다고 한다.
조 고문은 최근 한국앤컴퍼니의 경영권을 둘러싸고 동생과 공방이 벌어지는 와중에도 평온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전날 장녀 조희경 씨가 그를 지지한 입장을 낸 것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아. 예”라고 할 뿐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주를 끝으로 향배가 판가름날 MBK의 공개매수의 결과를 전망해달라는 질문에 대해서도 “잘 모르겠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번 경영권 분쟁의 핵심이 지배구조 개선에 있느냐’는 질문에 조심스럽게 그의 생각을 드러냈다. 조 고문은 “이번 공개매수 작업은 평소 친분이 조금 있는 부재훈 MBK파트너스 부회장이 대표로 있는 펀드에서 진행하고 있다”면서 “이 펀드는 지배구조가 좋지 않은 기업을 대상으로 지배구조를 개편해 기업가치를 높이는 일을 하는 펀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공개매수가 성공하면)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라는 뜻도 밝혔다.
조 고문은 ‘조 회장의 지분율이 높은데도 MBK가 싸움을 건 것은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인가'라는 질문에 “그럴 수 있다”고 답했다. 현재 조 고문측의 지분율은 30.35%다. 이미 과반에 가까운 지분을 확보하며 “경영권 방어 준비가 끝났다”고 밝힌 조 회장 측과 쉽지 않은 싸움이 예상되는 이유다. 이날 조양래 명예회장(0.32%)과 가족기업인 효성첨단소재(0.15%)의 추가 지분 취득으로 조 회장 측의 지분율은 45.22%까지 올라갔다.
조 고문은 이번 공개매수의 결과와 관계 없이 회사의 지배구조 개편 문제를 계속 제기할 것임을 시사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인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지만 "MBK 공개매수 이후에도 (경영권 분쟁이) 끝난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조 고문이 내년 3월 한국앤컴퍼니의 주주총회에서 조 회장의 사법 리스크와 지배구조 문제를 부각시킬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주주제안을 통해 조 회장의 반대 쪽에 있는 인물을 감사 또는 이사로 선임할 것을 요구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조 고문은 “이번 공개매수는 끝이 아닌 시작”이라며 장기전을 시사했다. 경영권 분쟁의 원인이 동생인 조 회장의 지배 체제에 있는만큼 지속적으로 문제제기할 뜻을 밝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