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 시가총액의 14배에 달하는 국내 최대 해운사 HMM(011200)을 품게 된 하림지주(003380)가 자금 조달 부담에도 14% 이상 급등했다. 시장 참여자들이 하림(136480)지주의 자금 조달 부담보다 재계 순위 상승과 사업 확대, 현 정부와의 연결 고리에 더 큰 기대를 내비친 결과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하림지주는 전 거래일 대비 990원(14.14%) 오른 7990원에 마감했다. 육계 가공과 사료 제조를 맡는 사업회사인 계열사 하림도 가격제한폭까지 오른 3775원에 거래를 마쳐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하림지주의 주가는 개인이 100억 3600만 원어치를 순매수하며 끌어올렸다. 하림 역시 개인이 11억 5400만 원의 매수 우위를 보였다.
하림지주·하림뿐만 아니라 HMM의 주가도 영구채 전환 3년 연기 등의 조건이 철회된 덕분에 5.07% 뛰어올랐다. 기관 홀로 242억 7400만 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주가를 견인했다. 증권가에서는 이날 장 개시 전만해도 HMM의 유찰을 기대했던 물량이 출회되며 주가가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곳곳에서 나왔으나 이는 결국 기우로 그쳤다. 이날 기준으로 하림지주의 시총은 8949억 원인 반면 HMM의 시총은 12조 6990억 원에 달한다.
HMM 인수에 성공하지 못한 동원산업(006040) 역시 자금 부담을 덜었다는 평가 속에 8.36% 급등했다. 동원산업은 이날 HMM 인수를 위한 대규모 자금 조달 계획을 철회한다고 공시했다.
이날 하림지주와 하림이 강세를 보인 것은 18일 하림그룹이 HMM 인수 우협 대상자로 최종 선정된 소식이 호재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개인투자자들이 HMM을 최종적으로 품게 될 경우 하림그룹의 재계 순위가 13위권으로 도약한다는 점, 해운 사업 범위가 크게 확장된다는 점에 적극적으로 베팅했다는 분석이다. 정부가 공정성 논란을 뒤로 하고 우협 대상자로 낙점한 점도 하림의 정책 수혜 기대를 키운 요인이 됐다. 당초 시장이 우려한 자금 조달 부담은 막상 주가의 발목을 잡는 악재가 되지는 않았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하림그룹은 ‘한국의 카길’을 목표로 육계·양돈에서 곡물 사료, 해운으로 사업 영업을 계속 확장했다”며 “HMM 인수로 이 같은 목표가 한 발짝 가까워지며 매수세가 몰린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