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 AFP연합뉴스중국이 아르헨티나와 맺은 65억 달러(약 8조 5000억 원) 규모의 통화 스와프 협정을 중단했다. 중국 정부가 친미·반중을 외치며 집권한 아르헨티나 새 정부에 대한 길들이기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1일 아르헨티나 언론인 인포바에를 인용해 이같이 밝히며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입장을 바꿔 중국과 분명한 대화 의사를 보일 때까지 동결 조치는 유지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는 선거 기간 “미국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중국과 단교하겠다”는 공약을 내건 밀레이 대통령이 취임한 지 열흘 만에 중국이 취한 조치다.
양국 간 65억 달러의 통화 스와프는 현재 보유 달러가 고갈된 아르헨티나가 국제통화기금(IMF) 차관 상환을 위해 절실한 자금이다. 아르헨티나와 중국은 2009년부터 매년 계약을 갱신해왔다. 이번 계약은 10월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전 아르헨티나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정상회담에서 체결했다.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은 당시 “50억 달러의 추가 통화 스와프 요청에 중국은 이보다 많은 65억 달러를 제시했다”며 “중국은 어려울 때 도움을 주는 친구”라고 말했다.
친중 성향의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전 정부와 태도를 달리하는 하비에르 밀레이 정부에 중국이 경제적 압박을 통한 경고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인포바에에 따르면 아르헨티나가 덴마크로부터 미국의 중고 F-16 전투기를 구매하기로 한 것이 중국의 통화 스와프 중단 결정에 큰 영향을 미쳤다. 앞서 아르헨티나는 중국의 신형 JF-17 전투기 구매 협상을 진행 중이었다. 미국은 아르헨티나에 무기·훈련·병참 등과 관련한 지원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르헨티나 정부의 심각한 재정 상황을 고려하면 밀레이 대통령이 중국과의 관계를 끊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밀레이 대통령은 10일 취임 직후 시 주석에게 통화 스와프 갱신에 도움을 청하는 친서를 보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