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단독] 전문공무원 키운다더니…중앙부처 10곳중 4곳은 자리 줄였다

42개 부처 중 18개에서 5년새 전문직위 줄여

방위청 46% ↓…금융위·기재부·기상청도 후퇴

새마을금고 사태, 행정망 사고 낸 행안부도 감소

8년간 전보 금지, 사고 책임 추궁에 기피 1순위

"순환보직 중심 한계 여전…임용 시스템 개편해야"

정부세종청사로 공무원들이 출근하는 모습. 연합뉴스정부세종청사로 공무원들이 출근하는 모습. 연합뉴스




정부의 전문성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5년 새 중앙 부처 10개 중 4개꼴로 전문직위를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직위를 한번 맡으면 8년 동안 이동할 수 없는 조건 때문에 승진 가점을 부여해도 공무원들이 기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공직의 순환 보직 시스템 개선을 비롯해 민간 개방직 확대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5일 인사혁신처와 행정안전부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임호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42개 중앙 부처(2020년 8월 출범한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제외) 가운데 18곳(43%)이 5년 새 전문직위를 줄였다.

전문직위를 줄인 부처들은 방위사업청(-46.4%), 통일부(-31.6%), 금융위원회(-29.2%), 문화체육관광부(-26.8%), 기획재정부(-24.2%), 기상청(-20.1%), 국가보훈부(-19.4%), 통계청(-17.4%), 국방부(-11.9%), 특허청(-9.8%) 등의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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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새마을금고 연체율 관리 부실, 행정망 마비 등으로 전문성 부족 논란에 휩싸인 행안부에서도 전문직위가 5년 새(2019~2023년) 5개 줄었다. 디지털정부를 표방했지만 정보화 전문직위는 68개로 차이가 없고 지방 시대 업무와 관련된 지역 발전 전문직위는 같은 기간 12개에서 9개로 후퇴했다. 이상기후로 행안부의 재난 안전 예방 권한이 강화됐지만 재난 안전 전문직위는 26개에서 29개로 3개 늘어나는 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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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직위는 전문성이 요구되는 직위에 적합한 경력·자격을 갖춘 공무원의 장기 근무를 유도하기 위해 1994년 도입됐다. 공무원 임용령은 2~3년간 중앙 부처 공무원의 전보 제한 기간(필수 보직 기간)을 두지만 실제로는 직제 개편 등을 이유로 1년 단위로 바뀌는 경우가 허다하다. 행안부 전신인 안전행정부는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2014년 업무 분야나 직무 수행 요건 등이 유사한 전문직위를 묶은 ‘전문직위군(群)’제도를 도입하고 같은 전문직위군에서는 8년까지 전보를 제한하는 대신 가점·수당 인센티브를 줬다. 행안부를 예로 들면 정보화, 재정 세제, 재난 안전 등이 전문직위 군으로 지정됐다.

하지만 공무원들이 전문직위에 한번 배치되면 8년간 빠져나오기 힘들다는 이유로 기피하자 부처마다 전문직위를 줄이는 실정이다. 전문직위 임용 시 평정 가점 1~2점, 월 수당 7만 원(5급 이하 1년 미만 근무 시)을 더 주지만 승진 기회가 적고 재난 등 대형 사고 때마다 책임이 뒤따라 인센티브도 별 효과가 없다. 부처의 한 관계자는 “8년 전보 제한 때문에 전문직위를 싫어하는 직원이 많다”며 “전문직위 자리에서 70% 정도만 메워지는데 이마저도 승진이나 휴직을 이유로 8년을 꽉 채우는 사례는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각 부처에 전문직위 확대를 독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여전히 각 부처가 순환 보직 체계 중심으로 돌아가는 만큼 인사 시스템의 근본적 변화가 있어야 전문성을 키울 수 있다고 꼬집는다.

김명주 서울여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선진국에서는 전문성을 고려해 기술직 공무원에게 급여를 3~4배 더 주는 반면 우리는 가산점 좀 주고 책임까지 묻는데 인센티브가 되겠느냐”며 “행안부는 행정망 사고 원인을 장비 문제에서 찾았지만 순환 보직 근무 체계를 비롯한 시스템 개선에 초점을 모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호균 전남대 행정학과 교수는 “처음부터 특정 업무만 하도록 임용됐으면 몰라도 승진이 중요한 공무원에게 한 자리에만 있으라고 하면 효과가 있겠느냐”며 “전문성이 필요한 직위를 처음부터 민간 개방직으로 뽑는 등의 다른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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