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커지는 부동산발 부실, 총선 의식 말고 옥석 가리기 속도 내라


부동산발(發) 대출 부실이 은행권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11월 말 현재 5대 시중은행의 건설 업종 대출 잔액은 23조 2387억 원으로 2021년 말에 비해 46% 급증했다. 연체액은 1051억 원으로 같은 기간 3.2배 늘었다. 아직은 관리 가능한 규모이지만 증가 속도가 빠르고 부동산 경기 냉각 때는 추가 부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 비은행권의 사정은 더 심각하다. 증권사와 저축은행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연체율은 각각 13.85%, 5.56%에 이른다.



부동산 관련 대출이 급속히 부실화한 데는 정부의 책임이 적지 않다. 정부는 대주단 협약을 통해 만기 연장과 이자 유예를 유도하는 등 부실 PF 사업장에 대한 구조조정을 등한시해왔다. 9월에는 ‘주택 공급 활성화’라는 명목 아래 PF 대출 보증 규모와 한도를 확대하는 등 심사 기준을 오히려 완화했다. 이 때문에 금융권의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9월 말 기준 134조 3000억 원으로 6월 말보다 1조 2000억 원 늘었다. 시장에서는 정부가 내년 4월 총선을 의식해 한계 사업장을 ‘인공호흡기’로 유지하고 있다는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다. 급기야 시한폭탄만 커지고 있다는 불안감이 금융시장으로 번지자 정부는 이달 12일에야 PF 구조조정을 본격화하겠다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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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최근 “부동산 PF 연착륙을 정책의 우선순위에 두고 철저히 관리할 것”이라며 “어떤 정치 일정을 가지고 미루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부는 약속대로 총선 이전이라도 PF 사업장 ‘옥석 가리기’에 속도를 내는 한편 사업장별 맞춤형 대응 등 연착륙 대책을 통해 경제 충격을 최소화해야 한다.

지금 부동산 PF 시장은 고금리에다 중형 건설사들의 신용등급 강등, 1군 건설사의 부도 임박설 등으로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부실 사업장 퇴출이 늦어지면 우량 사업장마저 동반 위기에 빠지면서 사태가 수습 불가능한 지경에 이를 수 있다. 2011년 저축은행 줄도산과 올 7월 새마을금고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의 뇌관도 부동산 PF 부실이었다. 경제팀이 총선 일정에 얽매이지 않고 대책 마련에 속도를 내야 부동산 PF 부실이 금융 시스템 리스크와 실물 위기로 전이되는 사태를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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