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피플

"달러 흔들려도 위안화·비트코인이 대체 어려워"

‘달러의 힘’ 펴낸 김동기 변호사

33조弗 美정부 막대한 부채에

"국채 부도날라" 우려 커지지만

中이 지위 대체하기엔 시기상조

비트코인 공적화폐 가능성도 희박

신뢰 위협 달러 對 절대 비중 달러

10여년간 충돌하는 시간 펼쳐질것





“만약 달러가 흔들린다면 그건 위안화나 비트코인 등 외부로부터의 위협이 아니라 미국 정부의 부채라는 내부 문제 때문에 발생할 겁니다. 2022년 이후 미국 국채금리가 급등하는 모습으로 이미 징조는 드러났죠. 하지만 달러가 흔들린다 해도 달러를 대체해 세계 기축통화가 될 만한 화폐가 현재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기에 앞으로 10여 년은 세계 통화로서 신뢰를 위협받는 달러와 그럼에도 세계 금융 거래의 절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달러가 충돌하는 시간이 될 겁니다.”

베스트셀러 ‘지정학의 힘’의 저자로 최근 ‘달러의 힘’을 펴낸 김동기 변호사는 “환율 예측은 신의 영역”이라며 중장기적 달러 전망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면서도 앞으로 달러 흐름의 향방을 결정지을 요소에 대해서는 크게 두 가지를 눈여겨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첫째는 2023년 9월 기준 33조 달러(약 4경 5000조 원)를 돌파한 미국 연방정부의 막대한 부채이고, 둘째는 대체 가능한 기축통화의 가능성이다. 국내 변호사와 미국 변호사 자격을 모두 갖고 있는 김 변호사는 크로스보더(국경 간) 인수합병(M&A)과 비즈니스 동맹(alliance) 관련 기업 자문 활동을 하며 지정학 이슈와 국제 금융에 대한 감각과 경험, 지식을 쌓아온 국제 문제 전문가다. 특히 미국 유학 시절 외환위기(IMF)를 경험하며 미국 금융과 달러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됐고 “언젠가는 달러에 대해 한 번 정리해보고 싶다”는 오랜 갈증을 품어왔다고 한다. 꼬박 4년의 집필 기간을 거쳐 펴내게 된 ‘달러의 힘’은 미국 정치경제사를 ‘달러’라는 렌즈로 바라보며 미국 경제 패권의 형성 과정과 위력을 파헤치는 저작이다.




김 변호사가 달러의 힘에 영향을 미칠 요소로 꼽은 두 가지 중 첫째인 미국 정부의 빚은 달러의 위협 요소이다. 가장 중요한 달러 자산 중 하나인 미국 국채의 신용 하락을 이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미국 정부가 발행하는 미 국채는 곧장 달러화할 수 있고 현금과 달리 이자도 받을 수 있기에 세계 각국 중앙은행의 외환보유액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세계 대부분 금융 거래의 핵심 담보로도 제공된다”고 말했다. 또 “미 국채가 흔들리면 글로벌 금융 시스템 자체가 흔들릴 정도로 중요한 자산인데 최근 미국 정부의 빚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나며 부도가 나는 건 아닐까 하는 우려도 커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특히 미국은 예산에 대한 주도권을 하원이 가지는데 하원은 2년마다 선거로 바뀌는 선출직”이라며 “세계 금융의 평화나 안정보다 자국 이슈에 훨씬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기에 재정이 악화하면 국방비 감축 등의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고 덧붙였다. 달러의 힘이란 결국 미국이 세계 최대의 군사 대국이자 경제 대국이라는 신뢰에서 만들어진 것인데 군사력이 무너지고 경제력이 약해지면 달러의 지위도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관련기사



하지만 달러가 아무리 흔들린다고 해도 현재의 지위를 쉽게 잃지는 않으리라는 게 그의 견해다. 김 변호사는 “달러가 패권을 잡고 있는 또 다른 이유는 미국 자본 시장이 보유하고 있는 깊이와 넓이, 그로 인해 사실상 모든 투자자들이 달러 시장에서 거래하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이기도 하다”며 “중국이 시장을 전면 개방해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을 허용하고 달러 시장을 선호하는 금융 거래자들을 중국으로 데려올 수 있을지를 묻는다면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했다. 그는 이어 “중국도 달러 체제 아래서 성장했기에 달러 부채가 많다”며 “달러로 만들어진 시스템을 위안화 체제로 변화하려면 자기들도 엄청난 희생을 감수해야 하는데 그 역시 쉬운 선택은 아닐 것”이라고 덧붙였다.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암호화폐가 달러를 대체할 가능성은 더더욱 낮다는 것이 그의 시각이다. 김 변호사는 비트코인에 대해 “가치를 교환하는 수단인 사적 화폐는 될 수 있겠지만 공적 화폐가 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잘라 말했다. “비트코인은 기본적으로 공급량 자체가 제한돼 있고 이미 소수의 사람들이 과점하고 있는 자산입니다. 이런 자산에 국가가 법정 통화의 지위를 부여한다는 건 극소수의 사람들에게 폭리를 취하도록 허락하는 셈이죠. 그건 지나치게 불공정하고, 국가와 같은 공동체가 용납할 수 없는 일입니다.”

김 변호사는 “비트코인은 화폐보다 금에 가깝다”는 입장이다. 그는 “거래량이 이미 상당히 커졌기에 세계 어느 정부든 전면적인 불법화는 할 수 없어졌다”며 “다만 가격 변동성이 크기에 벤처 자산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김 변호사는 모두가 달러라고 하면 환율 전망 등 경제적 측면에 관심이 높지만 달러라는 제도 자체에 대해서도 공부하고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을 건넸다. 그는 “화폐는 곧 정치”라며 “달러는 단순한 화폐를 넘어 미국이라는 나라가 어떤 곳인지를 말해주는 핵심적인 틀”이라고 했다. 그는 또 “현재의 미국과 미국의 정치·금융 제도를 만든 해밀턴, 제퍼슨, 잭슨 등의 사상과 세계관은 지금도 미국에서 생생히 살아 있다”며 “동시대의 정치인이 어떤 세계관을 추종하는지만 알아도 앞으로 어떤 행동을 할지 예측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최근처럼 지정학적 불안이 커지는 시기에 미국 정치·경제의 역사에 관해 좀 더 깊이 있는 고민을 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김경미 기자·사진=이호재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