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아시아의 디트로이트





2005년 태국의 자동차 생산 대수가 동남아시아 국가 가운데 처음으로 100만 대를 돌파했다. 이에 고무된 태국 정부는 이듬해 “5년 내에 200만 대까지 생산을 확대해 태국을 ‘아시아의 디트로이트’로 성장시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미국 디트로이트는 제너럴모터스(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 3대 자동차 메이커가 몰려 있어 20세기 세계 자동차 산업의 중심지로 통했다. 태국 정부의 구상은 글로벌 업체의 공장들을 자국으로 유치해 디트로이트 같은 자동차 메카를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태국은 이를 위해 자국에 공장을 설립하면 8년 동안 법인세를 물리지 않겠다고 했다. 기계와 원자재에 대한 수입관세를 없애거나 최저 수준을 적용했다. 토지 취득 및 근로자 고용과 관련된 규제도 거의 철폐했다.

태국의 과감한 유인책에 세계적인 업체들이 몰려들었다. 현재 GM·도요타 등 19개의 글로벌 메이커들이 태국에 제조 공장을 갖고 있다. 태국은 1960년대 도요타 등 일본 기업의 진출을 계기로 동남아의 자동차 생산 기지로 부상했다. 이후 아세안 시장의 교두보로 삼으려는 미국·유럽 회사들의 투자가 늘면서 호주·중동·아프리카 시장으로 가는 자동차 수출 기지 역할도 했다. 태국의 자동차 생산량은 2013년 245만 대로 세계 9위로 뛰어올랐다.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생산 대수가 줄었지만 지난해 188만 대로 세계 10위를 기록했다.



최근 태국에서 전기차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다. 도요타·혼다·이스즈·미쓰비시 등 일본 4개 자동차 업체가 앞으로 5년 동안 태국에서 전기차 생산을 위해 1500억 밧(약 5조 6000억 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비야디(BYD) 등 중국 전기차 회사들도 현지 공장을 건설 중이다. 미국의 테슬라 역시 태국 내 공장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가열되는 미래차 시장 선점 경쟁에서 한국이 생존하려면 우리 기업들이 초격차 기술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전방위 지원을 해야 한다. 노조도 무리한 요구를 접고 노사 상생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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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석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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