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7일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검사를 그렇게 싫어하면서 왜 검사도 아니고 검사 사칭한 분을 절대 존엄으로 모시는지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한 위원장이 전날 취임사에 이어 이튿날에도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겨냥한 발언을 쏟아낸 것은 도덕성 측면에서 야당과 다르다는 선명성을 부각해 중도층 유권자들의 지지를 확보하려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한 위원장은 이날 국회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그간 나는 일방적으로 민주당의 질문을 받아왔는데 오늘은 (민주당에) 질문을 하겠다”며 이 대표의 검사 사칭 혐의를 꼬집었다. 이 대표는 변호사 시절이던 2002년 ‘분당 파크뷰 특혜 분양 사건’ 당시 검사를 사칭한 혐의로 기소돼 150만 원 벌금형을 받은 적이 있다. 아울러 이 대표는 2018년 해당 사건과 관련해 재판에서의 위증을 교사한 혐의로도 기소돼 있다.
한 위원장은 비대위원 인선과 관련해서는 “당연히 비(非)정치인 위주”라고 못 박았다. 이어 “정치인 위주로 할 거라면 내가 이 자리에 나와 있는 게 이상한 일”이라며 정치인을 배제한 외부 인사로 꾸리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우리 사회에서 돈을 벌고, 가족을 보호하고, 동료 시민에 대한 선의를 가진 분들을 상징하는 분들을 (비대위원으로) 모셔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주 내에 비대위가 출범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한 위원장의 잇따른 공개 비판에 민주당은 강하게 반발했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국회 운영을 함께해야 할 야당 대표를 여당 대표가 앞장서서 모욕한 것은 정치 ABC를 모르는 것”이라고 비판했고 민주당 고문인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한 위원장에 대해 “취임 일성이 이재명 민주당, 운동권 정치의 청산이라는 서초동 사투리”라고 지적했다.
한편 국민의힘 총선 출마 예정자들은 전날 한 위원장이 강조한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포기’에 화답했다. 김기흥·김보현 등 14명의 국민의힘 예비 후보 및 출마 예정자들은 이날 공동선언문을 통해 “선민후사(先民後私)의 시대정신에 공감하고 나부터 실천하겠다”며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했다.
한 위원장의 등판 이후 정당 후원금도 급증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한 위원장이 지명된 21일부터 26일까지 1억 4000만여 원의 정당 후원금이 모금됐다고 밝혔다. 하루 평균 2333만 원에 달하는 금액으로 지명 직전인 이달 1~20일 일평균 모금액(450만 원)과 비교해 5배 많은 액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