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금지 사항 외 모든 실증을 할 수 있는 국내 최초 ‘전면적 네거티브' 규제 지역 글로벌혁신특구 후보지로 부산, 강원, 충북, 전남이 올랐다. 추후 부산에서는 차세대 해양 모빌리티, 강원에서는 보건 의료 데이터, 충북에서는 첨단 재생 바이오, 전남에서는 에너지 신산업 실증을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글로벌혁신특구에는 이미 마이크로소프트(MS)·로레알그룹·암(ARM)·UL솔루션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기업이 참여 의사를 밝혀 국내외 기술 교류가 한층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중기부는 28일 글로벌혁신특구 후보 지역으로 부산, 강원, 충북, 전남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글로벌혁신특구는 중기부가 올 5월부터 추진 중인 역점 사업으로 국내 최초의 전면적 네거티브 규제 지역이다. 특구 내에서는 일부 명시적인 제한·금지 사항 외에는 모든 종류의 시험 분석, 인증 획득, 성능 평가 등 실증이 허용된다. 중기부는 당초 10월까지 수도권을 제외한 광역자치단체 중 2~3곳을 글로벌혁신특구로 지정할 계획이었지만 지자체 수요가 몰려드는 점을 감안해 선정 지역을 4곳으로 늘리고 관련 예산을 확보했다.
부산은 신항만을 중심으로 한 물류 중심지로서 차세대 해양 모빌리티 거점으로 거듭날 예정이다. 해양 모빌리티 분야에서는 탄소 포집, 대체 연료 추진 등 각종 신사업이 각광받고 있지만 그동안 국내에 관련 제도와 법령이 부재해 기술 개발이 지연돼왔다. 부산시는 이번 글로벌혁신특구 선정을 계기로 탄소 포집, 미래 연료, 차세대 추진 시스템, 융합 인공지능(AI) 등 각종 분야에서 딥테크 기업 40개를 육성하고 차세대 해양 모빌리티 클러스터를 조성할 계획이다.
강원은 보건 의료 데이터 분야 산업 고도화에 나선다. 개인정보법 등으로 인해 수집·분석이 어려웠던 의료 데이터를 중기부,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 유관 기관과 협의해 일부 활용할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이다. 한림대춘천성심병원, 강원대학교병원,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등 현지 병원과 협력하고 바이오·데이터 기업을 유치해 의료기기 등 제품 개발을 지원한다. 또 독일 소재 글로벌 인증 기관 TUV라인란드와 협력해 수출 지원에 나설 방침이다.
바이오 클러스터 오송지구를 보유하고 있는 충북은 첨단 재생 바이오 거점으로 진화한다. 재생 바이오는 난치성 질환을 세포치료·유전자치료(CAR-T) 등을 통해 치료하는 의료 분야이지만 자가세포 치료 관련 규제로 기술 발전이 어려웠다. 충북은 자가세포를 활용한 의료 행위를 허용해 벤처기업 60개 사를 유치할 계획이다. 한국전력 본사가 있는 전남은 차세대 에너지 기술인 직류 송전 기술 개발을 지원해 국제 표준을 선점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정부가 글로벌혁신특구 계획을 발표한 이후 MS·로레알그룹·ARM·UL솔루션 등 글로벌 기업은 특구 입주 기업과의 협력 의사를 공식화했다. 입주 기업들의 글로벌 진출을 돕거나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기술 교류에 나서는 것이 목표다. 또 국내 글로벌혁신특구는 프랑스 코스메틱밸리, 일본 쇼난 헬스 이노베이션 파크 등 기술 클러스터와도 공식 협력하며 공동 연구개발(R&D)을 진행한다. 정부는 이번에 선정한 4개 특구 후보지를 내년 3월 규제자유특구심의위 의결을 거쳐 최종 지정한다. 또 2027년까지 10개의 글로벌혁신특구를 지정한다는 방침이다.
오기웅 중기부 차관은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더 이상 규제로 인해 성장이 지체되지 않도록 규제 혁신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할 시점”이라며 “글로벌 기준과 시대에 부합하지 않는 규제는 과감하게 개선하고 우리 기업이 해외에서 경쟁하는데 걸림돌이 되는 부분은 글로벌 스탠다드로 바꿔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