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새해 1박2일 르포] "올해도 안전과 질서가 최고…아기 울음소리 더 많았으면"

엔데믹에 해넘이·해돋이 행사에 시민 북적

경찰 등 사전 인파관리에 별다른 사고 없어

난임 겪은 부부 갑진년 첫둥이 안아 '감격'

"총선에서 국민 위하는 리더 뽑아야" 소망도


“한 줄로 천천히 이동하세요!” “여기는 통행로라 멈춰서 구경하시면 안 됩니다!”

2023년 한 해를 정리하는 지난달 31일 서울 세종로 일대. 보신각 타종행사에 시민들이 들뜬 마음으로 몰려들자 경찰들 사이에서는 긴장감이 맴돌았다. 지난해보다 약 2배 많은 10만 명이 운집하면서 서울경찰청은 경찰 및 기동대 2490명을 투입했다. 이날 청계천 인근에서 만난 이 모 경감은 “다행히 시민 분들이 잘 협조해 준 덕분에 큰 사고 없이 행사가 진행됐다"고 안도의 한 숨을 내쉬었다. 코로나 엔데믹에 해넘이와 해돋이 행사에는 이전보다 한층 많은 인파가 몰렸지만 다행히 별다른 사고 없이 진행됐다. 새해에도 사회 곳곳의 ‘안전지킴이’ 들은 큰 사고 없는 갑진년(甲辰年)이 되기를 기원했고 특히 올해는 저출산을 극복할 수 있는 아이 울음소리가 많이 들었으면 한다는 소망을 밝혔다.




1일 자정께 서울 종로구 일대에서 경찰들이 인파 통제를 하고 있다.장형임기자1일 자정께 서울 종로구 일대에서 경찰들이 인파 통제를 하고 있다.장형임기자




새해 카운트다운이 시작하기 직전 보신각 인근은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였다. 하지만 약 2m 간격으로 경찰이 촘촘히 배치돼 이동 방향을 안내한 덕분에 큰 혼란 없이 인파가 빠지는 모습을 보였다. 이태원 참사 이후 경찰은 더욱 신속하고 안전한 인파 관리에 힘을 쏟고 있다. 어상선 경찰청 위기관리계장은 “이번 행사를 앞두고 소방· 서울교통공사·한전 등 유관 기관들과 적극적으로 협의해 안전 관리 계획을 수립했다”면서 “처음으로 합동 현장 상황실을 꾸리고 반복신고 감지 시스템을 도입해 유기적인 소통이 가능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새해를 맞아 시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묻자 어 계장은 “올해는 더욱 안전 계획을 고도화해 모두가 안전하게 축제를 즐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2023년의 마지막 날인 31일 저녁 서영수 종로소방서 진압1대장이 '제야의 종' 특별 경계근무를 위한 거점 배치 장소에 진입하는 소방 펌프차를 유도하고 있다. 이승령 기자2023년의 마지막 날인 31일 저녁 서영수 종로소방서 진압1대장이 '제야의 종' 특별 경계근무를 위한 거점 배치 장소에 진입하는 소방 펌프차를 유도하고 있다. 이승령 기자



지난 29일 이강준 종로소방서 진압3대장은 오후 11시를 가리키는 늦은 밤에도 지난 성탄절 서울 도봉구 아파트 화재 사건 영상을 보며 시름에 잠겨있었다. 이 대장은 “종로소방서에서 출동한 것은 아니지만 소식을 전해 듣고 유독 안타까움을 느꼈다”면서 “항상 재난 상황을 대비해 머리 속에 대피 요령 등을 숙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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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들은 24시간 교대 근무를 하며 시민들 곁에 머문다. 이런 생활이 힘들 법도 하지만 이 진압대장은 “출동할 때 시민들이 멀리서 손도 흔들어주고 박수도 주시는 것을 보고 항상 보람을 느낀다”며 “소방관이 필요로 하는 곳에 신속하게 출동해 더 잘 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생긴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한 해의 마지막 날 밤에도 소방서는 분주했다. 지난 31일 오후 9시께 서울 종로소방서 대원들은 하나 둘 씩 서울 광화문 네거리~종각 일대에 운집한 인파 관리와 긴급 상황 대응을 위해 곳곳에 배치되기 시작했다. 소방 펌프차를 타고 소방서를 나선 서영수 종로소방서 진압1대장과 대원들도 꽉 막힌 도로를 지나 종로구 청계광장 인근 도로에 배치돼 임무를 시작했다. 서 대장은 “올해는 부디 큰 사고 없는 안전한 한 해가 됐으면 하는게 소방관으로서 제일 큰 소망”이며 “시민의 안전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갑진년 새해 첫 아기인 ‘아홍이’(태명)가 아빠인 이주홍(44) 씨의 품 안에 안겨있다. 채민석 기자갑진년 새해 첫 아기인 ‘아홍이’(태명)가 아빠인 이주홍(44) 씨의 품 안에 안겨있다. 채민석 기자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땀방울을 흘린 이들 덕분에 새해 첫날부터 전국 곳곳에서는 희망찬 소리도 들려왔다. 저출산이 무엇보다 큰 사회적 과제로 떠오른 상황에서 ‘새해 둥이’의 우렁찬 울음소리가 새벽부터 울려 퍼졌고, 일출 명소에는 행복을 기원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이어지기도 했다.

이날 서울시 강남차여성병원에서는 난임으로 어려움을 겪어온 12년차 부부 이주홍(44), 임아연(38)씨 부부가 3.15㎏의 건강한 모습으로 태어난 ‘아홍이’(태명)를 품에 안았다. 아이의 아빠 이 씨는 “아홍이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나눌 수 있는 따뜻한 아이로 자랐으면 좋겠다”며 “우리를 포함한 수많은 난임부부가 있는데, 정부에서 많은 관심과 정책적 지원을 해주길 부탁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갑진년의 첫 아침이 다가오자 곳곳의 해맞이 명소에는 일출을 보기 위한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이날 경기도 안양시 망해암에는 경찰 추산 2000여 명의 방문객이 몰리기도 했다.

친구와 함께 일출을 감상하러 온 김재호(14) 군은 “지난해 안전사고로 고통받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의사가 되겠다는 꿈을 키우기 시작했다”며 “꿈을 꼭 이루게 해 달라는 소원을 빌었고, 가족들이 올해도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도 담았다”고 말했다. 신종우(64), 박순분(63)씨 부부는 “올해는 모두가 건강하고 행복한 한 해가 됐으면 좋겠다”며 “경제도 좋지 않고, 각종 사건·사고들이 발생하는 등 힘이 빠지는 일들이 자주 있었던 만큼 올해는 총선을 맞아 국가를 이끄는 리더들이 진정 국민을 위해 일을 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장형임 기자·채민석 기자·이승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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