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여명]문재인의 샷, 바이든의 샷…尹의 선택은?

삼성의 인도 투자 격려한 文의 거꾸로 행보

자국 투자한 해외업체 방문한 바이든과 대비

尹도 韓투자한 국내외 기업 더 챙겨야 희망

반기업 정서론 일자리 창출, 제조 도약 어려워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인도 노이다 삼성전자 스마트폰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당시 모습. 연합뉴스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인도 노이다 삼성전자 스마트폰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당시 모습. 연합뉴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연말 한국 업체 CS윈드의 미국 공장을 찾았던 당시 모습. 연합뉴스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연말 한국 업체 CS윈드의 미국 공장을 찾았던 당시 모습. 연합뉴스


신년이 밝았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지도 벌써 3년차다. 특히 올해는 총선이 있다. 경제가 살아나야 국민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경제 회복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사실 먹고사는 문제는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낼 수 있느냐에 달렸다. 그래서 세상의 모든 정권은 좌우를 가리지 않고 기업에 “투자를 더 해달라”고 을러도 보고 달래도 보는 것이다. 자국 기업이든 해외 기업이든 기업이 돈을 써야 일자리가 생기고 바로 그 일자리가 국민 입장에서는 최고의 복지인 만큼 이는 정당한 통치행위의 연장선이라 할 것이다. 제대로 된 리더라면 운명을 걸고 매일매일 사투하는 기업의 힘을 본능적으로 안다. 기업을 제대로 활용할 능력이 있느냐 여부는 작게는 정권의 명운을 가르고 크게는 한 나라 경제를 반석 위에 올릴 수 있느냐를 결정짓는다.

문제는 통치자가 투자와 일자리를 요구하는 맥락의 적절성 여부다. 이게 잘못되면 시장에 어이없는 시그널을 주게 된다. 그 결과 일자리는 해외로 빠져나가고 산업은 공동화될 가능성이 커진다. 대표 사례가 2018년 여름께 문재인 전 대통령의 인도 노이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공장 준공식 방문이다. 당시 문 대통령은 한국의 대표 기업인 삼성이 인도에 투자하는 곳에 가서 이재용 삼성 회장(당시 부회장)을 격려했다. 당시 일부 언론은 문 대통령이 해외에서 경제 영토 확장에 나선 대기업을 치하했다고 추켜세웠지만 한국적 맥락을 제대로 이해한다면 문 대통령의 행보는 ‘인도 참사’에 가깝다.



일단 한국의 기업들은 해외로 나가지 못해 안달이 난 상태다. 수도권에 공장을 세우려면 지방에서 난리를 치고 정부가 기업의 세금을 깎아줄라치면 부자 감세 프레임으로 또 훼방을 놓는 게 한국 상황이기 때문이다. 반도체만 해도 팹을 짓는 데 용인(한국)은 8년, 가오슝(대만)과 텍사스(미국)는 3년, 시안(중국)은 2년이 걸린다는데 어떤 기업이 한국에 남고 싶어할까. 가만 놓아둬도 기업들은 현지 공략을 명분 삼아 해외로 나갈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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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굳이 문 대통령이 자국 투자에 쌍수 들고 환영하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옆에서 사진을 찍고 있으니 볼썽사나울 수밖에 없다. 곤란한 일이 발생할 때마다 유체 이탈 화법에 능했던 대통령다운 처신, 남의 잔치에 신이 난 들러리 대통령다운 면모를 과시한 장면이라는 생각이다.

반면 여우 같은 대통령도 있다. 바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얘기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세계 최대 풍력 타워 제조 업체인 한국 CS윈드의 미국 공장을 찾았다. 그가 이 기업에 들른 것은 자신의 치적을 자랑하기 위해서였다. 한국의 기업이 자신의 인베스트 인 아메리카 정책 덕분에 미국에 투자했고 일자리를 만들 수 있었다는 것이다. 우리 입장에서는 참 얄밉게도 이날 공개된 사진 가운데 CS윈드가 한국 업체임을 유추할 수 있게 만드는 힌트는 전혀 없었다. 성조기와 바이든, 그리고 백인들만이 샷에 담겼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 서방이 번다는 얘기가 절로 떠오른다.

그간 자유 시장경제의 수호자로서 보조금과 정부의 개입은 악(惡)이라던 미국마저도 기업투자 유치를 위해 얼굴색을 바꾼 지 오래다. 이제는 모든 나라가 기업을 안방으로 모시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다. 미국을 추종하던 우리 입장에서는 멘붕이 와도 모자랄 판이지만 정치권의 기업 괴롭히기는 여전하니 이 또한 아이러니다.

윤 대통령은 문재인의 샷, 바이든의 샷에서 무엇을 배워야 할까. 이미 답은 나와 있다. 윤 대통령이 한 장의 사진에 담아야 할 기업인은 한국에 과감한 투자를 결정한 국내외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어려운 여건을 딛고 창업해 꿈을 키우는 스타트업·벤처 기업인이어야 한다. 이게 바로 한국의 제조업 공동화를 막아 경제안보를 실현하는 길이고 최고의 복지를 달성하는 길이다. 또 이는 부산 엑스포 참사 후 재벌 총수를 길거리 분식에서 병풍 세웠던 윤 대통령을 국민의 머릿속에서 지우는 길이기도 하다. 윤 대통령이 신년에 이런 메시지를 시장에 던지지 못하면 한국에는 남의 둥지에서 알을 낳는 뻐꾸기 같은 기업으로 가득 차게 될 것이다. 변곡점에 선 한국 경제에 힘을 실어줄 메시지가 절실하다.

이상훈 경제부장이상훈 경제부장


이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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