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추첨통해 산모에 평생 숙박권"…저출산에 민간도 '웰컴 베이비'

[기업들 '임산부 마케팅' 활발]

직원 휴직기간·근무편의 보장 등

정부 정책 보조만 맞추던 기업들

일반 소비자로 출산 혜택 확대

금융권은 우대금리에 난임 지원

유업계도 취약층 임산부 등 후원





“올해 호텔에 투숙한 산모에게 임신 축하의 의미로 추첨을 통해 평생 숙박권을 드립니다.”



“패밀리 적금 가입자 가족이 출산하면 우대금리로 3.0%포인트를 더 적용합니다.”

호텔과 은행 등 민간기업들이 임산부 등을 대상으로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는 마케팅 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임산부 마케팅’을 통해 심각한 사회적인 이슈로 대두한 저출산 문제 극복을 지원하는 ‘명분’과 맘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 활동을 통해 소비 시장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예비 엄마’들의 마음을 얻는 ‘실리’를 모두 챙기고 있는 것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호텔신라(008770)는 2일부터 신라리워즈 회원 중 연내 출산을 하고 신라스테이에 1박 이상 투숙한 고객을 대상으로 응모를 받아 50명을 선정, 평생 회원권을 부여한다. 신라리워즈는 서울·제주신라호텔, 신라모노그램, 신라스테이 및 제휴 호텔에서 포인트 혜택 및 특전을 제공하는 통합 멤버십이다. 평생 회원에게는 △평생 매년 신라스테이 연간 5박 숙박권 △돌잔치 이용 시 할인 혜택 △웰컴 키트의 혜택이 주어진다. 신라스테이 관계자는 “최근 신라스테이를 방문하는 임산부가 늘어나고 있어 임산부들에게 더 편안한 숙박의 기회를 제공하고 출산을 축하하기 위해 기획하게 됐다”며 “출생의 의미와 소중함을 알리는 것에 보탬이 되고자 한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보험 업계도 임산부 마케팅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기본금리 연 3.0%의 패밀리 상생 적금 가입자가 가입 기간 중 출산 가구에 해당될 경우 금리를 3.0%포인트 높여준다. 하나은행도 아이키움 적금을 통해 임산부에게 2.0%의 우대금리 혜택을 제공한다. 보험 업계는 보험 상품들을 통해 난임 부부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한 예로 한화손해보험(000370)은 차병원과 협업해 ‘한화 시그니처 여성 건강보험 2.0’ 가입자의 난소 기능 검사를 지원한다. 삼성화재는 보장성을 획기적으로 강화한 임산부 아기 보험을 출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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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산부가 주요 고객인 유업계와 종합 제지 업체 등은 호텔과 은행, 보험 업계보다 앞서 산모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 남양유업(003920)은 매년 취약 계층 임산부 및 산모의 건강한 출산, 육아를 돕는 후원 활동을 전개 중이다. 지난해는 10월 10일 ‘임산부의 날’ 즈음해 임신 육아 교실 투어를 진행하기도 했다. 깨끗한나라(004540)는 지난해 임산부의 날을 맞아 임신·출산·육아를 응원하고 아기 기저귀 비용 부담을 덜어주고자 보솜이 제품 등을 할인 판매하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통계청에 의하면 10년 전인 2012년 1.3명이던 합계출산율은 2022년 현재 0.78명으로 주저앉았다. 무려 40%나 감소한 것이다. /사진=픽사베이통계청에 의하면 10년 전인 2012년 1.3명이던 합계출산율은 2022년 현재 0.78명으로 주저앉았다. 무려 40%나 감소한 것이다. /사진=픽사베이


그동안 저출산 극복을 위한 움직임은 주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정부가 2006년부터 2022년까지 17년간 투입한 예산만도 380조 원에 이른다. 지자체도 현금 수당 지급을 비롯해 앞다퉈 임산부들에게 각종 혜택을 제공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산율은 지속적으로 우하향 그래프를 그리고 있는 실정이다. 통계청에 의하면 10년 전인 2012년 1.3명이던 합계출산율은 2022년 현재 0.78명으로 주저앉았다. 무려 40%나 감소한 것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한국이 ‘지구상 인구 소멸 국가 1호’가 될 것이라는 서슬 퍼런 세계 석학의 경고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민간기업은 주로 정부의 정책에 보조를 맞추는 방법으로 저출산 극복을 위해 힘써왔다. 직원들에게 관련 법이 보장하고 있는 것 이상의 휴직 기간과 근무 편의를 제공하는 것이 일례다.

최근 기업의 임산부 마케팅은 혜택 제공의 대상을 자사 직원에서 일반 소비자로 확대하는 의미가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저출산 극복에 기여함으로써 기업이 지향해야 할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가운데 ‘사회(S)’를 챙기는 동시에 매출 확대도 도모할 수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소비자와 직접적인 접점이 있는 기업은 ‘저출산 해소’에 초점을 둔 ESG 활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임산부 마케팅은 기업의 이미지도 끌어올릴 수 있고 상품 및 서비스 선택권을 가진 고객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민간의 이 같은 움직임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의 현저히 낮은 출산율 등을 감안하면 임산부 마케팅 및 지원의 혜택을 받는 실제 소비자 수는 많지 않을 수 있다”면서도 “기업들의 임산부 마케팅이 우리 사회의 출산 장려 문화 형성 등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기업들이 ESG 활동을 하면서 주로 환경(E) 쪽 활동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는데 소비재 상품을 다루는 기업의 경우 저출산 극복 등 사회(S) 활동에도 힘써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소비자들의 반응도 나쁘지 않다. 기업 등이 제공하는 혜택을 받고자 아이를 낳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출산한 소비자가 자긍심은 누릴 수 있지 않겠냐는 것이다. 다섯 살 자녀를 두고 2세를 계획 중인 한 소비자는 “아이를 키우다 보면 상품 및 서비스 비용이 오히려 더 비싸 고객의 입장에서는 혜택을 받기보다 오히려 불이익을 받는 느낌을 받을 때가 적지 않다”며 “정부의 출산 장려책도 좋지만 기업 차원의 출산자 배려 마케팅이 더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임지훈 기자·한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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