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대만해협 중간선





2020년 9월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기자회견에서 “대만은 분할할 수 없는 중국 영토의 일부분”이라며 “소위 대만해협 중간선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중국과 대만 사이의 실질적 경계선으로 간주돼왔던 중간선을 부정한 것이다. 왕 대변인이 포문을 열자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도 기다렸다는 듯이 “중간선은 냉전 시절 미군이 모든 대만 항공기와 선박을 보호하기 위해 일방적으로 그은 것에 불과하다”고 거들었다. 이후 중국은 끊임없이 대만해협 중간선의 무력화를 시도했다.



대만해협 중간선은 1955년 벤저민 데이비스 미 공군 장군이 중국과 대만의 군사적 충돌을 막기 위해 대만해협 가운데에 그은 경계선이다. 그의 이름을 따 ‘데이비스 라인’으로도 불렸다. 중간선 설정은 1954년 12월 체결된 미국·대만 간 상호방위조약의 후속 조치였다. 미국은 중국 측에 이 선을 넘지 말라고 압박해왔다. 대만은 자국 해안에서 중간선까지를 접속수역으로 정하고 이 지역에서 선박 검사, 강제 퇴거 등의 조치를 할 수 있는 규정을 만들어 실행했다. 중국도 전투기와 군함의 중간선 침범을 자제해왔다. 1999년 1월부터 2019년 3월까지 약 20년 동안 중국 군용기가 대만해협 중간선을 넘는 사례가 한 차례도 없었을 정도다. 중간선이 양안 사이의 정세를 안정시키는 완충지대 역할을 해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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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총통 선거가 다가오면서 중국의 대만해협 중간선 침범이 잦아지고 있다. 3일 대만 국방부는 “중국 정찰풍선 4개가 2일 대만해협 중간선을 넘어 대만 방향으로 이동했다”고 밝혔다. 같은 날 중국 전폭기와 무인기 등 2대도 중간선을 침범했다가 중국으로 되돌아갔다. 새해 첫날인 1일에도 중국 정찰풍선 2개가 대만 상공을 가로질러 통과했다. 대만은 “대만 총통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도발”이라고 반발했다. 우리도 4월 총선을 앞두고 남남 분열과 한미동맹 균열을 노리는 북한의 도발과 북한의 뒷배 역할을 하는 중국·러시아의 영공·영해 침범 등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임석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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