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에 취약한 목조로 만들어진 국가지정문화재 522개 중 11%에 달하는 55개의 문화재에 CCTV가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우리나라 대표 유적지인 경복궁의 영추문 담장 외부에 ‘낙서 테러’가 발생하는 등 문화재 관리 부실이 도마에 오른 가운데, 경중을 가리지 않는 문화재 관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4일 김영선 국민의힘(기획재정위, 창원 의창) 의원이 문화재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주요 문화재 보호·관리 현황’ 자료에 따르면 ‘목조로 제작된’ 국보, 보물, 국가민속, 사적 등 국가지정문화재 522개 중 CCTV가 설치된 곳은 467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10% 이상에 해당하는 55개에는 CCTV가 설치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문화재 분류 중 국가민속문화재의 CCTV 구축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목조로 된 국가민속문화재 193개 중 CCTV가 설치된 곳은 158개에 불과하다. 구축률은 82%에 그쳤다. 국가민속문화재는 우리나라 국민생활의 추이를 이해하는 데 불가결한 민속자료 중 학술적·예술적 가치가 높은 것 의미하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경주 양동마을이 대표적이다.
사적(史蹟)이 106개 중 7개에 CCTV가 설치되지 않아 구축률 93%를 기록해 그 뒤를 이었다. 사적은 역사적·학술적·관상적·예술적 가치가 큰 것으로서, 서울 운현궁, 한양도성, 남한산성, 수원 화성, 경주 불국사, 합천 해인사 등이 대표적인 사적이다. 보물은 204개 중 191개에 CCTV가 설치돼 94%의 구축을 보였다. 국보는 19개 모두 CCTV가 설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역사적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 받고, 국민들에게도 익숙한 문화재 중에서도 CCTV가 설치되지 않아 보호 받지 못하는 사례도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1969년 사적 제175호로 지정된 경북 경주시 소재의 경주 미추왕릉이 꼽힌다. 미추왕릉은 신라 최초의 김 씨 임금인 미추이사금의 무덤으로, 경주 황남동 무덤들 중 가장 잘 정비된 곳으로 평가되지만 CCTV는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조선 말기 병인양요 당시 프랑스군과 치열한 격전을 치른 곳 김포 문수산성(사적 제139호)과 강화 갑곶돈(사적 제306호), 국내 희귀 산성적 읍성으로 읍성 연구에 귀중한 유적인 포항 장기읍성(사적 제386호) 등도 깜깜이 보호를 받고 있다. 담양 금성산성(사적 제353호), 산청 단성향교 명륜당(보물 제2093호), 포항 상달암(보물 제2191호), 고성 왕곡마을(국가민속 제235호) 등도 포함됐다.
문화재청은 ‘뒷북 대응’에 나섰다. 이날 문화재청은 “다음 달까지전국의 지자체를 통해 훼손에 취약한 국가유산과 CCTV가 설치되지 않은 구간을 파악한 후 4월까지 심층 점검을 할 계획”이라며 “자동알람 및 경고방송과 현장출동 체계를 확립할 수 있는 지능형 CCTV가 추가로 필요한 국가유산도 파악할 방침”이고 밝혔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CCTV는 사람을 대신해 24시간 동안 문화재를 감시할 수 있고, 범죄 발생 이후에도 용의자를 추적할 수 있는 중요한 장치”라며 “국보 1호인 숭례문에 화재가 발생한 이후에도 문화재 보호 사각지대가 없어지지 않았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질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