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은평구 5층짜리 주택 건물 옥상에서 수컷 공작새 한 마리가 나타났다. 인근에 공작새를 사육하는 시설이나 동물원이 없어 궁금증을 자아낸다.
5일 연합뉴스는 은평구 주민 김길남(62)씨가 지난 4일 아침 집 옥상에 바람을 쐬러 나갔다가 수컷 공작새 한 마리를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공작새는 꼿꼿하게 고개를 든 채 주위를 두리번거리는가 하면 겨울이라 비어있는 텃밭을 조용히 거닐기도 했다.
김씨는 "봄에는 텃밭에 여러 농작물을 심어서 까치나 참새 같은 새들이 많이 날아들긴 하지만 이곳에 30년을 살면서 이렇게 크고 특이한 새는 처음 봤다"고 말했다.
이어 "2024년 '푸른 용의 해'라는 갑진년 새해에 푸른 공작새가 날아오니 나를 비롯한 우리 건물 주민들과 은평구에 좋은 일이 생기려나 하는 생각이 든다"며 흐뭇해 했다.
김씨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당국은 오전 10시 40분께 공작새를 포획해 은평구청에 인계했다. 이 새가 어디에서 왔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구청 관계자는 "2000년대 초반에 은평구에 공작새가 출몰한 적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발견 장소 인근에 공작새를 사육하는 시설이나 동물원은 없다"고 전했다.
김씨 역시 "이곳에 오래 살면서 공작새를 키우는 사람은 못 봤다. 주변이 다 주택가인데 이렇게 큰 새를 키우는 곳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후 소방당국에 공작새를 인계받은 구청은 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에 넘긴 뒤 일대를 수소문해 주인을 찾았다. 곧 주인이 나타나 구청은 그가 협회에서 반려조류를 찾아갈 수 있도록 안내했다.
전문가에 따르면 공작새는 장거리 비행을 하기보다는 서식지를 크게 벗어나지 않고 걸어 다니는 특성이 있다. 하지만 날아서 이동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하민종 조류 전문 수의사는 "공작새는 닭목 꿩과 동물이라 날개가 짧고 둥글어 장거리 비행을 하는 새들처럼 수십㎞를 날지는 못하지만 수m에서 수십m는 수월히 비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작새의 주 서식지는 인도 등 더운 기후지방이다. 하지만 크고 수북한 깃을 지닌 대형 조류의 특성상 체온유지 능력이 좋아 한국의 겨울 환경에서도 생존은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