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도 10일가량 지났다. 굳은 의지로 세웠던 금연·운동 등의 결심이 흔들리고도 남을 시점이다. 새삼 새로운 일도 아니다. 지난해 1월에도 재작년 1월에도 그랬으니까.
총선을 앞두고 국가 재정이 또 포퓰리즘으로 흔들린다. 공공요금 인상은 최대한 미루고 세금은 깎아주거나 심지어 시작하기도 전에 없앤다.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는 남발하고 소상공인·취약계층의 대출 기록은 없애준다고 한다. 출범 직후에는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공공기관의 정원을 감축한다고 했는데 올해 경제정책 방향에서는 신규 채용 규모를 2만 2000명 이상으로 늘리기로 했다. 제각기 필요한 이유를 들었지만 국가 재정에는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선거를 앞둔 포퓰리즘 행태는 끝없이 확대 재생산돼왔다. 지난 총선 직전에는 전 국민 재난지원금이 뿌려졌다. 갑자기 풀린 돈 덕분에 소고기 판매량이 늘었다는 비아냥이 나오기도 했지만 더불어민주당 180석에 쐐기를 박은 카드였다는 평도 많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당내에서 2020년 총선 대패의 가장 큰 이유로 재난지원금을 꼽고 있다”고 밝혔다.
경제의 정치화가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올해 미국 등 선거를 앞둔 각국 정부의 부채 발행이 코로나19 확산 초반을 제외하면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봤다. 선거를 맞고 있는 주요국 유력 정치인들은 재정 지출을 늘리는 공약을 남발하면서도 감세 카드는 꺼내는 실정이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신년 경제정책 방향을 보면 각종 감세 혜택에, 사실상 돈 뿌리기와 다름없는 민생 대책이 많다. 총선을 앞두고 2년 연속 1%대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수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오는 만큼 재정의 역할이 필요할 것이다. 당연히 쓸 곳에는 돈을 써야 한다.
다만 그 전에 재원 마련 방안과 구체적인 편익 분석이 있어야 한다. 경기가 지난해보다 나아지면 법인세 등이 더 걷힐 것이라는 기대는 막연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6월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주재하며 “선거에서 지더라도 나라를 위해 건전 재정, 재정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당과 정부는 이 결심을 지킬 각오가 돼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