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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거란전쟁' 지승현 "날씨도 도운 촬영, 양규 장군 비호 받은 듯" [인터뷰]

'고려 거란 전쟁' 배우 지승현 / 사진=빅웨일엔터테인먼트 제공'고려 거란 전쟁' 배우 지승현 / 사진=빅웨일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지승현이 '고려 거란 전쟁'에 임하면서 얻은 숙제는 양규 장군을 알리는 거였다. 엄청난 업적을 지녔으나 알려지지 않은 인물. 역사 속에 사라질 뻔한 인물을 시청자들에게 소개하는 일이다. '양규 앓이'가 나올 정도로 '고려 거란 전쟁'서 양규 캐릭터가 사랑받은 만큼, 지승현은 숙제를 해냈다.



KBS2 대하드라마 '고려 거란 전쟁'(극본 이정우/연출 전우성 김한솔)은 관용의 리더십으로 고려를 하나로 모아 거란과의 전쟁을 승리로 이끈 고려의 황제 현종(김동준)과 그의 정치 스승이자 고려군 총사령관이었던 강감찬(최수종)의 이야기다. 지승현이 연기한 양규 장군은 흥화진의 늑대로 3만의 고려인 포로를 구해낸 영웅이다. 양규 장군은 40만의 거란군이 흥화진을 에워쌓을 때 7일 밤을 지새우며 전투를 벌여 막아냈고, 적은 수의 군인으로 거란군으로부터 곽주성을 탈환하는 업적을 지녔다. 거란의 황제를 발견하고 달려들던 중 전사한다.

양규 장군은 숨겨진 영웅이다. 고려와 거란의 전쟁에서 서희의 외교 담판, 강감찬의 귀주대첩은 익히 알려져 있으나, 양규 장군의 업적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지승현은 양규 장군을 알리고 싶다는 숙제를 안고 작품에 임하게 됐다.

"양규는 전혀 모르는 인물이었어요. 이후 대본을 받고 조사를 하기 시작했죠. 조사해 보니 이루셨던 업적이 화려했어요. 애민정신 없이는 절대 이룰 수 없는 업적이더라고요. '왜 알려지지 않았을까?'라는 마음이 들 정도로 신기했습니다. 이순신 장군님이 지금까지 추앙받는 것처럼, 조선 세조시대까지 양규의 업적을 기리기 위한 제를 지냈나고 해요. 그런 분이 잊혀진 거죠. 제가 역할을 맡게 된 이상 꼭 알리고 싶었습니다."

'고려 거란 전쟁' 배우 지승현 / 사진=빅웨일엔터테인먼트 제공'고려 거란 전쟁' 배우 지승현 / 사진=빅웨일엔터테인먼트 제공



양규 장군에 대한 자료는 많이 남아 있지 않았다. 고려 목종 때부터 벼슬을 했다는 점, 전쟁 3개월 간의 활약 중 흥화진 전투, 곽주성 탈환, 3만명 포로 구출 등이 적혀 있었다. 이후 현종이 양규 장군의 가족에게 직접 편지를 써서 평생 쌀을 하사하겠다고 하며 양규 장군의 아들에게 벼슬을 준 것까지가 기록이다.



"전쟁학적으로 말도 안 되는 업적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사료가 많이 남아 있지 않아 상상으로 구현한 것도 많아요. 북한 쪽에는 사료가 남아 있는 것 같은데 공유가 안 되잖아요. 개인적으로 초상화를 보고 싶다는 바람도 있어요."

지승현은 영웅인 양규 장군을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대하사극 자체가 고증에 힘쓰고 있는 만큼, 지승현 역시 양규 장군을 표현하는데 고증을 지키려고 했다. 국궁을 쏘는 법을 배우고, 매일 말 타는 연습을 하는 등 피나는 노력을 한 것이다.

"우리가 국궁에 대해 모르고 있는 게 많더라고요. 쏘는 방법이 달라요. 화살을 시위에 꽂아놓고 시위만 당겨서 쏘는 게 달랐죠. 화살을 놓는 방법 등을 연습했어요. 시위를 당기는 것 자체도 힘들었는데, 끝까지 당기는 것도 어려웠습니다. 그 정도로 쓰지 않는 근육을 써야 된다는 걸 깨달았어요. 손이 까질 정도로 연습하는 방법밖에 없었죠."

"내면적으로는 양규의 성격을 연구했는데, 묵직하고 고집스러운 인물로 설정했습니다. 그래서 대사 톤이나 표정의 변화를 주지 않으려 노력했어요. '난중일기'를 봤는데, 이순신 장군님도 인간적이시더라고요. 김숙흥(주연우) 장군 등 친한 인물과 있을 때는 인간적인 면도 보려주려고 노력했습니다."

/사진=KBS2 '고려 거란 전쟁' 방송화면 캡처/사진=KBS2 '고려 거란 전쟁' 방송화면 캡처


양규 장군의 마지막 전투와 퇴장은 '고려 거란 전쟁'의 명장면으로 꼽힌다. 지승현은 촬영 내내 양규 장군의 비호를 받은 것 같다고 털어놨다. 양규 장군이 실제 눈 오는 날 세상을 떠났다는데, 해당 장면을 촬영할 때 눈이 내린 것이다. 며칠 뒤 다른 장소에서도 눈이 와 현장에서는 "정말 양규 장군이 왔다"는 농담이 돌 정도였다.

"장마 때 비도 피해서 촬영할 수 있었어요. 정말 오신 게 아닐까요? 양규 장군이 돌아가시는 장면을 제 생일에 찍었는데, 감독님이 '양규 장군이 돌아가시고 지승현이 새로 태어난 날'이라고 해주셨어요. 정말 뜻깊어요. 물론 영하 10도의 날씨에서 전투신을 찍은 건 힘들었어요. 그래도 고증을 많이 녹이려고 했죠. 원래 철갑을 입고 있는데 칼로 한 번에 죽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드라마에서는 한 번에 죽잖아요. 진짜 싸움에서는 큰 칼로 넘어트리고 작은 칼로 급소를 찔러요. 감독님이 이를 구현하기 위해 큰 공을 들였습니다. 국내 사극 영화, 드라마를 통틀어 처음 보여드리는 장면이라 힘들었지만 뿌듯해요."

양규 장군은 퇴장했지만, '고려 거란 전쟁'은 아직 달리고 있다. 지승현은 후반부의 관전 포인트를 직접 꼽았다. 그는 "역사적으로 내전이 일어나는데, 그 안에서 현종이 성장한다. 현명해지는 것"이라며 "마지막까지 엄청난 공을 들이고 있는 귀주대첩도 남아 있다. 감독님이 '탈 아시아급으로 나올 것'이라고 자부했는데, 나도 기대하면서 시청하겠다"고 말했다.


현혜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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