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 여는 수요일] 출근

유계자


백로는 늘 같은 곳으로 출근을 한다

웬만한 비에도 끄떡없이 제자리를 지킨다



큰물이 지나가자 어김없이 짝다리로 서서

목을 길게 빼고 물결을 뚫어져라 응시한다

같은 자리, 같은 자세로


처자식만 없으면 벌써 때려치우겠다던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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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이 죄라서

짝다리로 정류장에 서 있다





시냇물 주식회사 다니는 백로도 힘들구나. 늘 같은 여울목에서 수면인식 출근부를 찍는구나. 대를 이어 근무했어도 사원 복지제도가 형편없구나. 우산도 없고 장화도 없이 맨발 근무하는구나. 큰물이 져서 흙탕물 캄캄해도 새끼들 기르느라 근무를 하는구나. 풀줄기가 다리에 휘감기면 위험도 하겠구나. 경치는 좋아도 3D 업종이로구나. 짝다리로 서서 껌 씹는 줄 알았더니 발이 시려서 그랬구나. 어지러운 물멀미 견디느라 두 눈이 붉게 충혈되었구나. 그래도 만원 버스, 만원 지하철 안 타니 좋겠구나. 하루가 고단해도 하늘 길은 밀리지 않는구나.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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