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역사속 하루] 세계평화 염원 속에 출범한 국제연맹

최호근 고려대 사학과 교수






1918년 11월 11일 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프랑스 파리 외곽의 베르사유궁전에 핵심 국가의 대표들이 모였다. 세계 평화 재건의 명분 속에서 치열한 수싸움과 막후 협상이 전개됐다. 베르사유조약에는 항구적 평화를 위해 국제기구를 출범시키자는 내용이 명시됐다. 그 결과 1946년 1월 10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국제연맹(League of Nations)이 창립됐다. 이상주의자인 미국 대통령 우드로 윌슨의 제안으로 시작된 논의는 칸트 이후 수많은 근대 사상가들의 제안을 토대로 구체화됐다. 인류 역사상 최초의 포괄적 기구로 출범한 국제연맹은 회원국 상호 간의 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할 것을 명시하면서 군비 축소의 필요성도 역설했다. 규약을 무시하고 전쟁을 일으킨 회원국에 대해서는 경제적 제재는 물론 군사적 제재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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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개국이 가입하면서 출발은 순조로운 것 같았지만 실상은 아니었다. 제안국인 미국조차 공화당이 절대 다수를 차지한 상원의 반대로 국제연맹에 가입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1926년까지는 1차대전 패전국인 독일의 가입도 용인되지 않았다. 사회주의 국가인 소련도 1934년에야 가입했다. 주요국이 불참한 국제기구가 제 힘을 발휘할 수는 없었다. 게다가 새로운 전쟁을 준비하던 군국주의 일본과 나치 독일, 파시스트 이탈리아가 잇따라 탈퇴하면서 국제연맹은 점차 종이호랑이로 전락해버렸다. 군사적 제재를 할 수 없는 국제기구는 결국 더 큰 전쟁을 막을 수 없었다. 1939년 12월 핀란드를 침략한 소련을 제명한 후 이사회가 아예 활동 불능 상태에 빠졌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경험의 법칙에 따라 2차대전 직후 창설된 국제연합(United Nations)의 제1차 총회가 1946년 1월 10일 영국 런던에서 열렸다. 공교롭게도 국제연맹이 창립됐던 바로 그 날이었다. 같은 해 4월 18일에 열린 제21차 총회에서 국제연맹은 해체를 선언하고 모든 자산을 새로 탄생한 국제연합에 넘겨주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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