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수도 로마 시내에서 극우 세력 수백명이 베니토 무솔리니 집권 시기 파시스트들이 하던 로마식 경례(손바닥을 아래로 한 채 팔을 곧게 뻗는 경례)를 하는 동영상이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야당은 신파시즘 단체 응징 등 강력한 대응을 촉구했다.
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공영방송 라이(RAI) 뉴스에 따르면 전날 저녁 로마 동남부의 아카 라렌티아에 있는 옛 네오파시스트 정당인 이탈리아사회운동(MSI) 본부 앞에 수백명의 파시즘 추종자들이 몰렸다.
46년 전인 1978년 1월 7일, 좌익 무장 세력에게 살해당한 MSI 청년 조직원 3명을 추모하기 위해 모인 이들은 “전사한 모든 동지를 위하여”라는 구호에 맞춰 로마식 경례를 하며 “프레젠테(Presente)”를 외쳤다.
‘프레젠테’는 신파시스트들이 동료의 희생이 현재까지 남아 있다는 뜻으로 외치는 구호다.
해당 영상이 행사가 하루 지난 이날 공개되면서 이탈리아 사회는 발칵 뒤집혔다.
이탈리아 주요 일간지 라 레푸블리카, 라 스탐파, 코리에레 델라 세라 등은 이 사건을 메인 뉴스로 보도했다.
야당은 멜로니 정부를 향해 비판을 쏟아냈다. 최대 야당인 민주당(PD)의 엘리 슐라인 대표는 “(무솔리니가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1924년으로 돌아간 것 같다”며 “용납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헌법에 명시된 대로 네오 파시스트 단체는 반드시 해체돼야 한다”고 말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이탈리아의 헌법은 파시즘을 찬양하거나 선전하는 행위를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지만현재도 극우주의자들을 중심으로 공공연히 행해지고 있다.
야당은 특히 조르자 멜로니 총리와 그가 이끄는 집권당인 이탈리아형제들(FdI)에 이번 사건과 관련해 입장을 표명하라고 촉구했다.
멜로니 총리가 과거 무솔리니를 추종하는 MSI에서 정치를 시작했고, 2012년에는 MSI를 계승한 FdI를 창당했기 때문이다. 2014년부터 FdI 대표직을 맡은 멜로니는 2022년 9월 총선에서 우파 연합의 승리를 이끌며 이탈리아 역사상 첫 여성 총리가 됐다.
멜로니 총리는 “파시즘은 지나간 역사”라며 거리를 두고 있으나 FdI는 MSI가 사용했던 삼색 불꽃 로고를 사용하는 등 파시즘의 잔재는 여전히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