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차이메리카의 종언





2020년 9월 중국 관영 매체 환구시보는 중국이 미국의 ‘관세 폭탄’에 맞서 미국 국채 전량 매각이라는 보복 카드를 동원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당시 약 1조 744억 달러에 달하는 미국 국채를 보유한 중국이 이를 매각하면 미국의 국채 가격 하락과 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금융시장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경고였다. 이에 따라 미국과 중국의 긴밀한 경제협력 관계를 의미했던 차이메리카(Chimerica) 시대의 균열이 불가피해졌다는 관측이 나왔다.



차이메리카는 중국(China)과 미국(America)의 합성어로 니얼 퍼거슨 하버드대 교수가 2007년 학술지 ‘국제금융’에 게재한 논문에 처음 등장했다. 중국이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뒤 값싼 노동력으로 생산한 제품을 미국에 수출해 경제 규모를 키우는 대신 미국도 중국의 저가 상품 덕택에 인플레이션 없는 호황을 누리는 공생이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퍼거슨 교수는 중국은 수출을 통해 벌어들인 돈으로 미 국채를 대거 사들이고 미국은 국채를 팔아 그 빚으로 소비하는 ‘공포의 균형’ 상태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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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를 기치로 내걸고 2016년 집권하면서 분위기는 달라졌다. 트럼프는 자국 제조업 부흥을 앞세워 중국에 광범위한 고율 관세를 부과했다. 2018년 7월 미국은 34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 품목에 대해 25%의 보복관세를 부과했고 중국도 340억 달러의 미국 수입품에 대한 25% 관세로 맞섰다. 미중 패권 전쟁은 이제 무역 분야를 뛰어넘어 첨단 기술과 공급망 재편 등으로 전선을 넓혀가고 있다.

지난해 미국의 상품 수입국 순위에서 중국이 17년 만에 멕시코에 1위 자리를 넘겨주게 됐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미국의 중국산 제품 수입액은 3931억 달러에 머물렀다. 반면 미국은 같은 기간 4390억 달러의 멕시코 제품을 들여왔다. 외신들은 차이메리카의 종언을 알리는 상징적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우리도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대응해 시장·품목 다변화와 초격차 기술 확보를 서둘러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정상범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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