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사업 등 경제적 문제로 갈등을 빚던 건물주를 살해하도록 지시한 혐의(살인교사)로 40대 모텔 주인이 구속된 채 재판에 넘겨졌다. 건물주를 직접 살해해 사건 초기에 주목받았던 주차관리인이 모텔 주인에게 3년간 무임금 착취당했으며 지적장애가 있다는 점을 악용해 조종당한 사실도 드러났다.
11일 서울 남부지검은 ‘영등포 건물주 살인사건’과 관련해 모텔 주인 조모 씨를 살인교사 및 근로기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조씨는 지난해 11월 영등포구 한 건물 옥상에서 80대 건물주 유모 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30대 김모 씨에게 범행을 지시하고 증거를 인멸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에 따르면 조씨는 2022년 피해자와 체결했던 영등포 공공주택 재개발 관련 부동산컨설팅 계약을 놓고 갈등을 빚어왔다. 조씨는 유씨 소유 건물 인근의 모텔 주인으로, 유씨로부터 건물 주차장을 임차해 운영해왔다. 지난해 9월에는 피해자를 상대로 주차장 임대차 해지 및 명도소송을 제기하는 등 관계가 더욱 악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조씨는 자신의 모텔 관리인이자 주차관리원인 김씨에게 거짓말로 이간질해 피해자에게 강한 적대감을 갖도록 만들고 구체적인 살인 방법까지 지시했다. 검찰은 “김씨가 칼,복면을 구입하게 하고 살해 장소의 CCTV 방향을 돌려놓는 등 치밀한 준비를 한 뒤 김씨의 도피까지 도운 계획적 살인교사 범행”이라고 설명했다.
당초 조씨는 “김씨의 우발적 단독범행”이라며 혐의를 극구 부인해왔지만 수사 결과 김씨를 심리적으로 지배하고 수년간 착취한 사실도 드러났다. 조씨는 2019년 중증 지적장애를 가진 채 쉼터를 떠돌던 김씨를 데려와 ‘내가 너의 아빠이자 형 같은 존재’라고 구슬려 전적으로 따르도록 했다. 이후 조씨는 김씨에게 임금도 주지 않은 채 주차부스에서 숙식하며 모텔 및 주차 관리, 식당 일까지 하게 했다. 아울러 김씨가 받는 장애인 수급비 대부분을 가로채온 사실도 확인됐다. 이에 검찰은 근로기준법 및 최저임금법 위반, 준사기 혐의도 함께 적용했다.
한편 지난달 22일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조씨를 검찰에 구속송치했다. 당시 조씨의 지시로 범행 도구와 혈흔이 묻은 옷을 버린 혐의(증거인멸)를 받는 50대 모텔 직원 안모 씨도 불구속 송치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