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는 이중과세를 넘어선 삼중·사중 과세입니다.”
에이먼 버틀러 애덤스미스연구소(ASI) 공동창립자(소장)는 지난해 12월 영국 런던에서 진행된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지적했다. 소득이 발생하면 과세가 이뤄지고 주택을 받으면 취득세를 내는 등 각종 세금이 붙는데 또 상속세를 매기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버틀러 소장은 “런던 집값만 해도 수백만 파운드로 상속세 과세 기준(32만 5000파운드·약 5억 5000만 원)을 훌쩍 넘는다”며 “상속세로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것은 중산층”이라고 설명했다.
영국에서는 상속세 과세 대상이 늘면서 관련 세입도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 기관인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영국의 상속세 수입은 2012년 31억 1000만 파운드에서 2022년 70억 9000만 파운드로 최근 10년 새 2배 이상 늘었다. 상속세 과세표준에 인플레이션을 반영하지 못하면서 같은 기간 과세 인원이 3배 가까이 뛴 한국보다는 못해도 영국도 심각한 상황이다. 영국 예산책임청(OBR) 관계자는 “2010년 이후 상속세 수입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다”며 “이는 주로 자산 가격 상승에 기인한다”고 밝혔다.
올 하반기 총선을 앞둔 영국 정부가 상속세 폐지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것은 경제 활력을 제고하기 위해서다. 영국은 올해 경제성장률이 0.6%(IMF 기준)에 그쳐 2년 연속 0%대 성장이 예상된다. 구체적인 감세안은 영국 정부가 3월에 발표할 예산안에 담긴다. 버틀러 소장은 “(상속세 폐지는) 정치적 결단”이라며 “(폐지가 되면) 3년 후부터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