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보다 높은 12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에 상승하던 뉴욕증시에 제동이 걸렸다. 2% 인플레이션까지 가는 길이 평탄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시장이 재확인하면서 3대 지수는 혼조세를 보였다.
11일(현지 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15.29포인트(+0.045) 오른 3만7711.02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은 3.21포인트(-0.07%) 내린 4780.24를,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0.54포인트(+0.00%) 상승한 1만4970.18에 장을 마감했다.
12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3.4% 상승했다. 전월 3.1%보다 오름세가 더 가팔라졌으며 블룸버그의 전망치 중간값 3.2%도 웃돌았다. 블룸버그 통신은 “인플레이션을 완화하는 길이 평탄하지 않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는 12월3.9% 상승해 전월(4.0%) 보다 둔화했다. 전망치(3.8%)보다는 높았다.
중고차와 의류가격이 연말 할인 기간에도 불구하고 상승했다. 서비스 물가는 전월대비 0.4% 오르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특히 전체 CPI에서 3분의 1을 차지하는 주거비가 12월 전월 대비 0.5% 상승했다. BMO캐피털 마켓의 스캇 앤더슨 최고 US이코노미스트는 “현재 연준의 입장에서 커지는 우려는 상품과 에너지 부문에서 나타나던 인플레이션 둔화, 또는 가격 하락 추세는 점점 약해지고 주거비 등 대다수 서비스 부문 물가는 아직까지 뚜렷하게 둔화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이는 곧 2% 물가를 향한 연준의 여정은 아직 마무리 되지 않았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메스터 연은 총재도, 서머스 전 장관도 “인플레 낙관 이르다”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1"2월 CPI 지표는 아직까지 연준이 할 일이 더 남았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으며, 그 일이라는 것은 제약적인 통화정책으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금리 인하를 3월에 시작한다는 것은 아무래도 너무 이른 것 같다"며 “인플레이션이 둔화한다는 증거를 좀 더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인플레이션이 추세를 뒤바꾸는 의미는 아니라고 봤다. 메스터 총재는 “인플레이션 둔화세가 멈추지 않길 바라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일단 이번 지표가 그런 의미는 아니다”라며 “12월 CPI는 단지 연준이 할 일이 더 남았다는 것을 시사하고 우리는 그 역할을 하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물가 낙관론에 대한 경계심이 큰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도 연착륙 가능성은 점점 높게 보고 있다. 미국 재무부 장관을 지낸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11일(현지 시간) 뉴욕에서 열린 이코노믹 클럽 행사에서 “현 시점에서 미국의 연착륙 가능성은 2021년 이후 어느 시점과 비교해도 높다”며 “소프트랜딩이 확정적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확실히 굉장히 현실적인 전망”이라고 말했다.
서머스 교수는 연준의 긴축이 경제의 수요를 억제했지만 성장을 크게 해치지는 않았다고 평가했다. 소비자들이 금리 상승에도 불구하고 소비를 이어간 덕분이다. 다만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남아있다고 봤다. 최근의 인플레이션 둔화는 근본적으로 낮은 인플레이션을 달성했다는 의미이기 보다 이전헤 인플레이션이 급속히 치솟았던 일종의 기저효과에 가깝다는 것이다. 서머스 교수는 “임금 인상률과 고용 비용은 2% 인플레이션 목표에 부합하는 수준을 뚜렷히 웃돌고 있다”고 평가했다.
금리 인하에 대해서는 “올해 2~3회 인하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말했다. 연준이 앞으로 몇 개월 간 얼마나 금리를 인하할지에 대해 시장이 연준의 생각보다 앞서 있다는 것이다. 현재 시장은 연준이 3월 금리 인하를 시작해 12월 3.75~4.0%까지 기준금리가 내려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 국채 수익률은 하락했다. 10년 물 금리는 5.5bp(1bp=0.01%포인트) 내린 3.974%에 거래됐다. 정책 금리에 민감한 2년물 국채 수익률은 11.1bp 하락한 4.258%를 기록했다.
비트코인 현물 ETF 거래 개시…첫날 대체로 ‘하락’ 마감
종목별로는 마이크로소프트(MS)가 0.49% 상승했다. 이날 장중 한 때 MS의 시가 총액이 애플을 능가하며 잠시 세계 1위 자리를 차지했다. 다만 현재는 애플이 2조 8860억 달러, MS가 2조8590억 달러로 다시 애플이 시총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최근 전세계 월간 활성사용자가 2300만명을 넘어섰다는 소식에 2.9% 상승마감했다.
전날 증권거래위원회(SEC)가 현물 비트코인 ETF를 승인한 후뉴욕증시에는 11개 현물 ETF가 이날 일제히 론칭했다. 다만 그레스케일 비트코인ETF가 0.48% 오른 것을 제외하면 나머지 ETF는 모두 하락했다. 디지털자산헷지펀드인 AnB인베스트먼트의 설립자인 자임 바에자는 “비트코인 현물ETF는 중장기 적으로는 상당한 상승요인이지만 단기적으로는 지금 보이는 대로”라며 “시장은 이미 증권 당국이 승인을 내릴 것이라는 데 맞춰 가격을 책정하고 있었고, ‘소문에 사서 뉴스에 팔아라’는 매도세가 있을 경우 단기적으로 현재 가격 수준을 유지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가상자산은 이날 상승세를 보였다. 비트코인은 24시간 전 대비 1.3% 오른 4만6425달러 대에 거래되고 있다. 이더리움은 2611달러로 전날 대비 6% 상승했다. 투자자들이 ETF보다 직접 투자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비트코인 현물 ETF의 진가는 투자자문업계가 이를 고객들에게 추천하는 시점이 도래할 때부터라는 관측도 나온다. 데이터분석업체 CF벤치마크의 최고경영자인 수이 청은 “비트코인현물 ETF 승인에 따라 투자자문상담사들은 반드시 가상자산에 대한 의견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며 “업계에 있어 분수령”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아직까지 투자자문사들은 고객에게 가상자산을 추천하지 않고 있겠지만, 제도화된 금융상품에 대한 관점을 확보하기 시작할 것이고 이는 가상자산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는 문을 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트코인 관련주는 ‘뉴스에 팔아라’ 분위기가 가시화하고 있다.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5.2% 하락해 5일 연속 하락했다. 채굴기업인 마라톤 디지털은 12.6% 하락했으며 미국 최대 거래소인 코인베이스는 6.7% 내렸다.
뉴욕 유가는 중동의 긴장이 고조되며 소폭 상승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2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65센트(0.91%) 상승한 배럴당 72.02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이란이 걸프 해역(페르시아만)과 이어진 오만만에서 미국의 유조선을 나포했다는 소식이 나왔다. 호르무즈 해협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 이라크, 이란, 아랍에미리트(UAE) 등 주요 산유국의 해상 진출로이며, 전 세계 천연가스(LNG)의 3분의 1, 석유의 6분의 1이 지나는 경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