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4년 9개월 만 화해한 쿠팡-LG생건…배경은?

LG생건 베스트셀러 재입점

1월 중순부터 다시 로켓배송

양측 '갑작스런 화해' 배경은

반(反)쿠팡 연대 확산 위기감

서울 시내 한 주차장에 쿠팡 배송차량들이 주차돼 있다. 연합뉴스서울 시내 한 주차장에 쿠팡 배송차량들이 주차돼 있다. 연합뉴스




쿠팡과 LG생활건강이 로켓배송 직거래를 재개하기로 했다. 양 측이 납품단가 협상에서 갈등을 빚으며 거래를 중단한 지 4년 9개월 만이다. 쿠팡의 소비자들은 다시 LG생건의 베스트셀러 상품을 로켓배송으로 받을 수 있게 됐다. LG생건도 쿠팡 입점을 통해 온라인 매출을 확대할 전망이다.



업계 일각에선 쿠팡이 LG생건에 먼저 손을 내밀었다고 보고 있다. 그만큼 시장 상황이 녹록치 않아서다. 2022년 CJ제일제당의 납품중단 사례처럼 대형 제조사와의 연이은 갈등으로 반(反)쿠팡 전선이 형성됐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알리·테무 등 중국 직구업체들이 국내 유통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자 위기의식도 커졌단 분석이다.

쿠팡-LG생건, 1월 중순부터 다시 로켓배송…라인업도 확대


12일 업계에 따르면 쿠팡과 LG생건은 다시 직매입 거래를 시작해 이달 중순부터 순차적으로 로켓배송 상품을 늘리기로 했다. 엘라스틴·페리오·테크를 비롯한 LG생활건강 생활용품과 코카콜라 등은 로켓배송으로 구매할 수 있게 된다. LG생건의 고급 화장품 브랜드인 오휘·숨37·더후도 쿠팡 로켓럭셔리에 입점한다. 쿠팡 측은 “고객이 더 다양하고 좋은 품질의 상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파트너사와 적극적으로 소통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LG생활건강 재입점으로 쿠팡의 뷰티·생활필수품·음료 상품군이 크게 확대될 전망이다. 로켓럭셔리는 설화수와 헤라에 이어 ‘국내 톱3’ 브랜드의 빠른 배송이 가능해졌다. 글로벌 1위 음료 브랜드 코카콜라 뿐 아니라 국내 시장점유율 1위인 페리오 치약과 엘라스틴·테크 세제·인기 화장품 CNP 등도 대거 들어온다. 소비자 편익도 늘어난다. 일종의 오픈마켓인 쿠팡 마켓플레이스에서 2~3일이 걸리던 배송 기간은 이번 결정으로 크게 단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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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생건도 이번 로켓배송 재개로 국내 온라인 매출을 늘릴 판로를 확보하게 됐다. 증권가는 지난해 LG생건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하락했을 것으로 예측한다. 쿠팡 납품을 중단한 이후 국내 시장에서 LG생건은 주요 대형마트나 백화점 등 오프라인 영업에 주력해왔다.

‘갑작스런’ 화해?…배경은


양 측은 지난 2019년 4월 납품 협상 과정에서 갈등을 빚었다. 이 과정에서 LG생건은 자사 상품에 대해 불공정 거래를 일삼았다며 쿠팡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한 바 있다. 쿠팡도 “LG생건이 타 유통업체 판매가격보다 높은 가격으로 쿠팡에 공급했다”고 반박하며 거래가 중단됐다.

이 때문에 화해의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선 쿠팡이 LG생활건강에 적극적으로 손을 내밀었다고 보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쿠팡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LG생건에 협상을 본격화하면서 다시 힘을 합치는 방향으로 먼저 소통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여기에는 대형 제조사와 유통업체들의 이른바 ‘반(反)쿠팡 연대 확대’가 핵심 이유로 꼽힌다. CJ제일제당은 지난 2022년 말 납품단가와 관련된 이견으로 쿠팡에 햇반 등 주요 상품의 납품을 중단했다. 이후 신세계·네이버 등과 손잡고 연합 전선을 늘렸다. 쿠팡도 주요 중소중견 식품 제조사들의 입점을 늘리며 대응했지만 장기적 경쟁력에는 의문부호가 붙었다.

알리나 테무 같은 중국발 직구업체의 예상보다 빠른 한국내 영향력 확대에 쿠팡이 LG생건과의 협상을 서둘렀다는 분석도 있다. 모바일 시장조사업체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알리의 지난해 12월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는 713만명으로 집계됐다. 2위 11번가와 격차를 50만명대로 좁혔다.

특히 알리는 해외 직구를 넘어 국내 오픈마켓으로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다. LG생건의 코카콜라를 비롯해 쿠쿠, 애경산업 등 국내 브랜드 13개가 최근 입점했다. 올해는 물류센터 건립이 예고돼 있다. 현실화되면 기존의 5일 배송 체계가 크게 단축되면서 시장 판도가 바뀔 수 있단 전망까지 나온다.


황동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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