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경제성장의 핵심 기조로 내세우고 있는 ‘쌍순환 전략’이 흔들리고 있다. 소비 침체로 소비자물가지수(CPI)가 2009년 이후 처음으로 3개월 연속 하락했고 지난해 전체 수출도 2016년 이후 첫 감소세를 띤 것으로 나타났다. 경고등이 켜진 중국 경제에 당국이 연초부터 부양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이 커지고 있다.
12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CPI가 전년 동월 대비 0.3% 떨어졌다. 지난해 10월(-0.2%)과 11월(-0.5%)에 이어 석 달째 마이너스 행진이다.
이날 발표된 지난해 12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년 동기 대비 2.7% 하락했다. 전달(-3.0%)보다는 하락 폭이 줄었지만 시장 전망치(-2.6%)에는 미치지 못했다. PPI는 2022년 10월(-1.3%)부터 15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2023년 연간으로는 전년 동기보다 3.0% 떨어졌다. 소비자물가 하락세가 지속되고 생산자물가도 장기간 마이너스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우려가 다시 고조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장기화한 주택 시장 침체와 약해진 고용 시장, 부채 리스크 등의 역풍으로 세계 2위 경제 대국의 소비자는 지갑 끈을 조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중국 해관총서가 발표한 중국의 2023년 누적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4.6% 줄어든 3조 3800억 2000만 달러(약 4442조 원)로 집계됐다. 중국의 연간 수출이 전년 대비 감소한 것은 2016년 이후 처음이다. 블룸버그통신은 “글로벌 수요 위축으로 중국 경제의 성장 동력이 약화됐다”고 전했다.
최근 월간 기준 수출이 반등 조짐을 보이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지난해 12월 수출액(달러 기준)은 3036억2000만 달러(약 399조원)로 전년 동기 대비 2.3% 늘어났다. 시장 전망치(1.7%)와 11월 수출 증가율(0.5%)을 모두 상회했다. 수출 증가율은 8월(-8.8%)부터 10월까지 한 자릿수 감소세를 유지하다가 11월 반등 이후 두 달째 증가세가 이어졌다.
2023년 연간 누적 수입액은 2조5568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5.5% 감소했다. 내수 시장 회복세가 지연되며 수입액이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수출입이 지난해 연말로 갈수록 회복세를 보였지만 소비 침체에 따른 디플레이션 우려가 고조되며 중국 경제를 향한 불안감이 커지는 형국이다. 대외 개방으로 수출을 유지하는 외순환과 내수를 활성화하는 내순환을 더한 쌍순환 전략을 중국 경제의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목표가 흔들리는 상황이다. 중국 지방정부는 다음달 춘절(음력 설) 이전 채권 발행을 통해 경기 부양에 나설 수 있다고 중국 경제매체 21재경이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