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대만 민진당 승리] 반도체 동맹 가속화…미중 갈등 고조될 듯

■대만 민진당 승리 영향은

TSMC, 美 등 서방 투자 탄력 얻을 것

中 반발해 TSMC 시설 제동걸수도

‘미중 대리전’ 패배 中, 위협 거셀 듯

군사적 압박에 경제 제재까지 추가

美, 대만해협 영향력 확대할 수도








대만 제16대 총통 선거에서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의 라이칭더 후보가 당선됐다. 친미 독립 성향의 집권당 후보의 당선으로 대만이 미국과 협력해 중국을 견제하는 현재의 구도가 유지될 전망이다.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TSMC와 서방의 결속 역시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중국 측에서 이번 선거 결과를 계기로 대만에 대한 군사·경제적 보복을 본격화할 경우 호시탐탐 노리고 있던 TSMC의 핵심 설비 탈취를 시도하는 등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을 흔들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13일 대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오후 8시(현지 시간) 현재 라이 후보는 535만 표(40.2%)를 획득하며 당선을 확정지었다. 양강 구도를 펼쳤던 제1야당 허우유이 후보는 444만 표(33.9%)로 2위를 기록했다. 라이 후보가 허우 후보를 간발의 차이로 이길 것이라는 당초 관측과 달리 격차는 6%포인트 가까이 벌어졌다. 제2야당 민중당의 커원저 후보는 350만 표(26.3%)로 선거 직전 마지막으로 실시됐던 각종 여론조사 결과보다 선전했다.

라이 후보는 차이잉원 현 대만 총통 후보의 뒤를 이어 5월 20일부터 총통으로서 임기를 시작한다. 대만에서 1996년 총통 직선제가 실시된 이후 같은 당이 3기(12년) 연속 집권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00년대 들어 민진당과 국민당이 번갈아 정권 교체를 이뤄왔던 ‘8년 사이클’이 깨진 것이다. 이전 정부 대부분이 재선에 성공했던 점을 고려하면 민진당은 최대 16년까지 집권 기간을 연장할 것으로 분석된다.


13일 대만 타이난시에서 투표를 하는 대만 집권 민진당의 라이칭더 총통 후보.13일 대만 타이난시에서 투표를 하는 대만 집권 민진당의 라이칭더 총통 후보.


반중 독립 성향의 민진당의 승리로 대만과 미국 등 서방 간 지정학적 및 지경학적 결속 역시 유지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TSMC가 진행 중인 대(對) 서방 공급망 구축 작업 역시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다. TSMC는 현재 미국·일본·독일 등에서 생산 라인을 새롭게 마련하고 있다. 앞서 정권교체로 중국과 대만 관계가 밀착하면 미국이 이를 견제하기 위해 반도체 공급망에서 대만을 뺄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 경우 미국 주도 반도체 동맹 ‘칩4(미국·한국·일본·대만)’ 결속력도 약화할 수밖에 없다. TSMC는 지난해 기준 파운드리 시장점유율 59%를 기록했으며, 특히 첨단 7나노 공정에서 점유율은 90%에 이르러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차지하는 역할이 크다.

그러나 민진당 정권 아래서도 반도체 업계의 고민은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현재의 미중 간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중국 정부가 TSMC의 중국 본토 내 생산라인과 핵심 설비 등을 장악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TSMC의 이 같은 확장은 이미 대만 내에서도 논란이 있다”며 생산라인을 대만 외부로 빼냄으로써 안보에 악영향을 끼치는데 대한 우려를 전했다.

‘미중 대리전’으로 13일 치러진 제16대 대만 총통 선거에서 친미·독립 성향의 민주진보당(민진당) 라이칭더 후보가 당선됨에 따라 대만해협을 사이에 두고 패권 경쟁을 벌여온 미국과 중국의 긴장 관계가 한층 고조될 전망이다.

중국은 시진핑 국가 주석이 신년사로 대만 통일을 강조하는 등 민진당의 재집권은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를 노골적으로 해왔다. 선거 당일인 이날까지도 군용기와 군함, 정찰용 풍선을 대만 주변으로 보내 군사적 압박을 계속했다.

중국은 차이잉원 민진당 정부가 집권한 지난 8년간 대만과 대화를 거부한 채 대만 해협을 사이에 두고 민진당에 대한 불만을 무력시위로 대신했다. 총통 선거를 나흘 앞둔 지난 9일에는 대만 상공을 지나는 위성까지 발사해 대만 당국이 경고를 발령하기도 했다.

중국은 총통 선거가 다가올수록 대만에 대한 경제적 압박까지 더하며 ‘이중 칼날’로 대만을 위협했다.

최근 ‘양안 경제협력기본협정(ECFA)’ 중단과 관련해 대만산 농수산물, 기계류, 자동차 부품, 섬유 등에 대한 관세 감면을 중단하는 추가 조치를 검토한다고 밝히는 등 경제 제재를 확대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중국이 수입 금지나 관세 감면 품목을 확대하는 것이 우려가 아닌 현실이 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미국은 대만 선거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지만 대만에 무기 지원을 강화하는 등 사실상 민진당을 지원 사격해왔다. 중국 견제를 위해 친미 성향 라이칭더 후보의 당선을 바란 만큼 양안 갈등이 한층 더 심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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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잉원 총통에 이어 라이칭더 후보가 당선됨에 따라 친미 성향의 민진당 정권이 집권 기간을 12년으로 늘어나게 됐다. 미국이 중국의 앞마당인 대만해협에 대한 영향력을 키우려고 할 경우 미중 관계 역시 격량에 빠져들 수 밖에 없다.

한편 미중 양국이 대만을 사이에 두고 긴장 관계가 고조되겠지만 직접적인 충돌까지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날 대만 총통 선거 전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12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반관반민 대표단을 이끌고 미국을 방문중인 류젠차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중련부장)과 회동했다. 작년 11월 조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간 정상회담 이후 고위급 교류를 이어가며 관계 안정화를 모색하는 상황에서 만난 두 사람은 ‘대만 총통선거 이후’ 양국 관계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했을 것으로 보인다.

선거 결과에 따라 대만해협 주변에서 중국의 무력시위 수준이 높아지고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양국이 대만 문제에 대한 각자 기본 입장을 확인하고 상대에게 ‘현상변경’ 행동에 나서지 말 것을 요구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라이칭더 누구인가… 광부의 아들로 내과 의사 출신

라이칭더 당선자는 1959년 가난한 광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탄광 폭발 사고로 2살 때 아버지를 여의고 홀어머니 아래서 육남매가 함께 컸다. 타이베이 젠궈고등학교를 거쳐 국립대만대 보건의학부 물리치료학과를 졸업했다. 국립대만대 출신 총통 계보는 이어가지만 천수이볜-마잉주-차이잉원으로 24년간 이어진 법학부 출신 총통 기록은 깨졌다.

타이난 국립성공대 의료학과를 거쳐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공공위생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종합병원 내과 의사로 활동하다가 1996년 국민대회 대표로 당선돼 정계에 입문했다. 1998년에 치러진 입법위원 선거를 통해 타이난시 지역구 위원에 당선돼 4선을 했다.

이어 2010년 타이난 시장에 당선됐고 2014년에 재선에 성공했다. 2017년에는 린취안 행정원장(국무총리 격)이 사퇴한 뒤 후임으로 임명돼 타이난 시장을 사퇴하고 행정원장에 올랐다.

행정원장 시절에 스스로 "대만 독립을 위한 실질적인 일꾼"이라고 밝힐 정도로 반중 인식이 강한 친미·독립 성향으로 꼽힌다.

2019년 민진당 총통선거 후보 경선에 참여해 초반만 해도 치이잉원 당시 총통을 앞섰으나 그해 6월 홍콩 민주화 운동으로 정세가 불안해지면서 국정 안정론에 힘입어 차이 총통에 지지율이 역전당했다.

당시 라이 후보는 대만독립파를 지지 기반으로 해서 대만이 제2의 홍콩이 되지 않게 하겠다고 강경하게 맞섰으나 경선에서 차이 총통에 패배했다.

이후 차이 총통과 함께 부총통 후보로 나서 2020년 선거에서 부총통에 당선됐다.

2022년 11월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민진당이 대패하며 차이 총통이 당 주석을 사퇴하자 라이 당선자가 당시 선거에 출마해 지난해 1월 당선됐다.

이번 총통 선거에선 다른 후보가 등록하지 않아 자연스럽게 민진당 후보로 확정됐다. 초기부터 여론조사에서 1위를 줄곧 유지하다가 투표일을 열흘 앞두고 마지막으로 발표된 여론조사에선 국민당 허우유이 후보와 오차범위 이내까지 지지율 격차가 줄기도 했다.

라이 당선자는 지난해 부총통 시절 남미를 방문할 때 미국을 경유하며 "대만에 대한 권위주의의 위협이 아무리 크더라도 우리는 절대 두려워하거나 움츠러들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당시 중국은 이를 강력 비난하며 군용기와 군함을 동원해 타이완 주변에서 군사적 압박에 나서기도 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타이베이=정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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