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배고픈 바이오텍은 미국으로 간다

박효정 바이오부 기자

박효정 바이오부 기자박효정 바이오부 기자




“국내 바이오텍 중에서는 기술력이 뛰어나지만 영업 능력이 부족한 곳이 많습니다. 하지만 신약 후보 물질을 개발하기만 해서는 회사가 문을 닫게 됩니다.”



8~11일(현지 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제42회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JPMHC)’에서 만난 한 국내 바이오텍 대표는 이같이 말했다. 글로벌 제약·바이오 업계의 최대 이벤트지만 올해 열기는 예년만 못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특히 지난해 글로벌 고금리의 직격탄을 맞은 국내 바이오텍의 참여가 급감했다. JP모건의 공식 초청을 받지 못하면 장당 3000달러(약 400만 원)의 입장권을 사야 하고 교통비·숙박비 등으로 인당 약 2000만 원을 내야 하는 상황이 녹록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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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수많은 국내 바이오텍이 샌프란시스코에 모인 것은 역설적으로 “배가 고팠기 때문”이다. 국내 바이오 업계에서는 부족한 자금 탓에 신약 후보 물질 개발에만 매달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바이오텍 대표는 “큼직한 기술수출 계약을 맺은 바이오텍들은 개발 초기 단계부터 여기저기 자랑하러 가서 네트워킹을 계속한다”며 “우리도 국내에서만 자금을 모으는 것은 한계가 있고 미국에서 인정을 받아야 한다고 판단해 현지 오피스까지 만들었다”고 전했다.

그동안 국내 바이오 업계의 위상이 올라가 긍정적인 분위기는 조성됐다. 글로벌 빅파마들의 첫날 메인트랙 발표에서는 종근당·유한양행·레고켐바이오 등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이름이 수차례 언급됐다. 한국바이오협회가 주관하는 네트워킹 행사 ‘코리아 나이트@JPM’에는 국내외 바이오 업계 관계자 550명이 몰려 역대 최다 참석자 수를 기록했다. 특히 해외 업계 관계자와 투자자의 비율이 높아졌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며칠간 투자 행사에 참석했다고 성과가 나오지는 않는다. 하지만 보유한 자산을 최대한 세일즈해 비싼 가격에 팔려는 노력, 잠재적 구매자와 지속적인 신뢰를 쌓으려는 노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국내 시장만 바라보던 기업이 JPMHC에서 새롭게 가치를 평가받는 사례도 있었다. 결국 해외시장에 실마리가 있다. 우리 바이오텍이 ‘큰물’에서 가치를 인정받기를 바란다.


박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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