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에 사는 A씨는 13년 간 해오던 이동 급식 사업을 최근 접었다. 그동안 A씨는 요양원이나 급식소 등을 다니며 이동 급식을 제공했다. 반찬 가짓수를 6~9개까지 구성해 사업을 운영해왔고 이윤을 최대한 낮춘 덕에 A씨 업체를 찾는 곳이 많았다. 하지만 지난 해 식자재 물가가 2배 이상 뛰며 더 이상 단가를 맞추기 어려워졌다. 가스비, 전기 요금 인상에 조리사 인력난에까지 직면했다. A씨는 “돈벌이로만 했던 일이 아니었다”며 “하지만 폐업 말고는 선택할 수 있는 게 없었다"고 아쉬워 했다.
16일 식품·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동 급식 사업자들의 폐업이 늘고 있다. 자영업자들이 모이는 한 인터넷 카페에는 하루에도 수 십 건의 급식 사업자 폐업과 관련한 문의나 양도글이 올라온다. 폐업을 고민한다는 B씨는 “식자재 가격 인상에 단가에 맞는 메뉴를 짜기가 너무 어렵다”며 “하지만 투자한 돈이 있어 폐업 결정도 쉽지 않다”고 호소했다.
급식 업체가 연달아 문을 닫는 것은 물가 인상 요인이 가장 크다. 한식업의 특성 상 많은 가짓수의 반찬이 필요해 식자재 물가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고물가 현상이 지속되며 재료들의 가격이 하루가 멀다 하고 오르고 있다. 가락시장 경락가격에 따르면 이날 기준 대파 1㎏ 가격은 2756원으로 전년(1390원) 대비 98.3%가 올랐다. 풋고추(73.0%), 가지(43.3%), 파프리카(40.9%), 시금치(32.2%), 상추(11.5%) 등도 일제히 오름세를 보였다.
인력을 구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통상적으로 일 평균 1000인분을 맞추기 위해서는 조리사가 최소 10명이 필요하다. 하지만 조리사들의 인력난이 심화되며 주 5일 근무에 급여 300만원대를 책정해도 사람 구하기가 쉽지 않다.
기본 반찬이 많이 필요한 한식 뷔페도 상황은 비슷하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평균 한식 뷔페 가격은 5000~7000원대 였다. 하지만 물가 상승 탓에 관련 업체들은 가격을 올리거나 폐업을 택하고 있는 실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양식, 중식, 칼국수, 냉면 등 가격들이 일제히 오르고 있지만 백반 가격만 제자리”라며 “심지어 반찬 양을 줄이면 손님들의 발길이 끊긴다는 것도 어려운 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