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 2세대의 애환, 에미상까지 휩쓸다

이민 2세대의 불안과 분노, 고뇌를 녹여 호평받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성난 사람들’이 골든글로브와 크리틱스초이스에 이어 에미상도 휩쓸었다. 15일(현지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피콕 시어터에서 열린 제75회 프라임타임 에미상 시상식에서 ‘성난 사람들’은 후보에 오른 11개 부문 중 8개 부문을 휩쓸며 이날 시상식의 주인공이 됐다.

‘성난 사람들’은 이날 미니시리즈 TV·영화 부문 작품상의 수상작이 됐다. 한국계 감독인 이성진 감독은 감독상과 작가상을, 한국계 배우 스티븐 연은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베트남계 배우 앨리 웡은 여우주연상 수상자가 됐다. ‘성난 사람들’은 캐스팅상과 편집상, 의상상까지 수상해 8관왕에 올랐다.



이성진 감독은 작품상 수상 소감에서 “작품을 보고 자신 내면의 어려운 경험을 이야기해 주신 분들께 감사하다”며 “자살 충동까지 느꼈던 제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점을 확인받은 느낌”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가끔 세상은 우리를 갈라 놓으려 한다”며 “이런 세상에서 살다 보면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하거나,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도 없고 사랑받을 가능성이 없다고 느끼는 순간이 있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성난 사람들'과 함께 하며 좋았던 점은 조건 없이 날 사랑해준 사람들이 있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감독상 수상 소감에서 이 감독은 “처음 LA에 왔을 때 통장 잔고가 마이너스였다”며 “그땐 그 무엇에도 확신이 없던 시기였고, 제가 에미상을 받을지 상상도 못했었다”고 말했다. 또 “정말 대단한 사람들과 함께 했다”며 배우들과 넷플릭스에 감사를 표했다.





스티븐 연은 남우주연상 수상 소감에서 “대니를 연기하며 힘든 날도 있었다”며 “하지만 대니를 포기하지 말라는 조언 덕분에 이겨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대니에게 고마움을 표하고 싶다”며 “편견과 수치심은 외로운 것이지만, 동정과 은혜는 우리를 하나로 만든다”고 말했다.



‘성난 사람들’은 악연으로 만난 두 남녀가 대립하고 복수하는 과정 속에서 결국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과정을 그린 10부작 드라마다. 어색한 한국어와 카카오톡, 한인교회 등 이민자들의 삶을 구체적으로 묘사했다. 이민 2세대가 느끼는 부정적 감정을 파격적으로 연출해 평단과 대중의 찬사를 받았다. 대부분의 배우와 제작진들이 동양계로 이뤄졌다. 작품은 넷플릭스 글로벌 톱10에서 5주 이상 머무르며 인기였다.



에미상은 미국 방송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상이다. ‘오징어 게임’이 제74회 프라임타임 에미상에서 연출상과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날 에미상의 대상에 해당하는 최고 영예 작품상(Outstanding Drama Series)은 HBO ‘석세션’에게 돌아갔다.



‘성난 사람들’은 24일 열리는 미국 배우조합상에서도 남녀주연상 등에서 후보에 올라 있다. 주요 시상식을 휩쓴 만큼 수상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