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감사를 통해 경기도가 지역화폐, 남북 교류사업 등을 추진하면서 민간 사업자에 대한 관리·감독을 부실하게 했다고 판단했다. 지역화폐 운영 업체와 남북교류 협력사업 업체가 경기도로부터 지원 받은 돈을 용도와 달리 쓰거나 횡령하는데도 제대로 거르지 못하고 방치했다는 지적이다.
감사원은 이러한 내용을 포함한 경기도 정기 감사 결과를 17일 공개했다.
경기도는 2020년 가축 전염병과 코로나19와 관련해 북한을 지원하는 남북교류 협력사업의 보조사업자로 사단법인 남북경제협력연구소를 선정하고 보조금 12억 9100만 원을 지급했다. 그러나 해당 연구소는 경기도로부터 받은 보조금 중 5억 8300만 원을 남북교류 협력사업이 아닌 다른 용도로 사용했다. 그중 4억 2600만원은 연구소 대표의 사무실 월세·관리비 등 사적으로 사용됐다.
경기도는 연구소가 보조금을 부당하게 쓰는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에 대해 여러 차례 증빙을 요구했으나 연구소는 응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경기도는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고 2년 간 9차례에 걸쳐 사업 기간을 연장하고, 보조금 교부 결정을 취소하지 않았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감사원은 남북교류협력사업과 관련해 경기도에 주의를 요구하는 한편, 지난해 5월 남북경제협력연구소 대표를 검찰에 수사 요청했다.
경기도의 지역화폐 운용사 '코나아이' 관련 문제도 확인됐다. 경기도는 2019년 1월 코나아이와 지역화폐 운영 대행 협약을 체결하고 선수금 관리 등 지역화폐 관련 사무를 위탁했다. 협약에 따르면 코나아이 시군별로 자금을 관리하며 지역화폐 관련 계좌를 자사 계좌와 분리해서 관리해야 했다. 그러나 코나아이는 지역화폐 관련 계좌를 개설만 해두고 실제로는 자사 자금과 경기도에서 받은 지역화폐 선수금을 혼용해서 썼다.
코나아이가 경기도에 보고하거나 승인 받지 않은 채 선수금을 채권에 투자한 금액은 연평균 2261억 원으로 추정된다. 또한 코나아이는 2020년 5월 종속회사의 사업 확장을 위한 목적으로 선수금 100억 원을 임의로 사용했다.
경기도는 2020년 10월부터 이러한 사실을 인지했다. 그런데도 법적 검토를 면밀히 하지 않은 채 코나아이가 금융감독 기관의 통제를 받을 것으로 판단하고 방치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특히 코나아이는 선수금의 이자가 자사의 수익이라고 주장했는데 경기도는 법적 검토 없이 그런 주장을 인정해 혼란을 초래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지난해 3월 감사원 감사가 시작된 후에서야 경기도는 선수금 이자 관련 법적 자문을 했고, 법무법인 5곳 모두에서 이자는 개별 시·군에 귀속되는 게 타당하다는 의견을 냈다.
감사원은 "경기도가 애초 법적 검토 없이 업체의 선수금 이자 귀속 주장을 인정해 행정력 낭비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지역화폐 사업 관리·감독을 부실하게 한 관련자 2명에 대해 징계를 요구했다.
감사원은 지난해 3~5월 경기도에 대한 정기 감사를 실시했다. 감사 대상 기간은 2018년부터 2022년까지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경기지사 재임 기간인 2018년 7월∼2021년 10월과 겹친다. 감사원은 경기도 감사가 2017년 이후 실시되지 않은 점을 고려해 연간 감사계획에 반영해 실시한 것이며 다른 지방자치단체와 마찬가지로 통상적인 정기 감사라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