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공략과 자사몰 확대 등을 통해 판로(販路)를 넓히고 있는 식품업계가 물류 사업에 부쩍 힘을 주고 있다. 가정간편식(HMR) 등 제품군이 늘고 판매처를 넓어지면서 취급 물동량이 늘자 재고 비용 절감과 공급망 관리 등 경영 효율 제고 차원에서 물류를 신규 사업으로 키우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하림(136480)은 전북 익산의 육가공, 가정간편식(HMR) 공장 바로 옆에 대규모 물류 센터를 착공 중이다. 하림은 공장에서 생산된 소스류, 라면, 간편식 등을 제조 시설과 컨베이어벨트로 곧바로 연결된 물류센터로 운송하는 식으로 물류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하림 관계자는 “대표 브랜드인 ‘더미식’과 ‘푸디버디’ 등의 유통 효율을 높이기 위한 차원”이라며 “궁극적으로는 자사몰을 통해 D2C(소비자직접판매) 방식으로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들을 소비자의 문 앞까지 직배송해주는 사업 모델까지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하림은 팬오션과 HMM 등의 해상 운송업 외에도 내륙 물류에도 힘주고 있다. 지난해 3월에는 사업 목적에 ‘화물 운송 중개, 대리 및 관련 서비스업’을, 9월에는 ‘포장업’, ‘아이스팩 제조업’을 신규로 추가했다.
‘불닭볶음면’을 중심으로 해외 영토를 넓히고 있는 삼양식품(003230)은 자회사 삼양로지스틱스로 물류 업무를 일원화하며 사업 구조를 재편하고 있다. 삼양식품은 식품 사업에 집중하고, 삼양로지스틱스가 물류를 전담하는 식이다. 2022년 말 일산·곤지암물류센터 건물과 차량운반구 등 유형자산을 삼양로지틱스에 약 230억 원을 받고 처분하는 동시에 삼양로지틱스에 현물출자를 통해 약 30만 8236주를 취득했다. 이어 삼양로지스틱스 산하에 미국, 중국 등 해외 4개국에 물류 자회사를 설립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이전에는 수출 유통을 해외 현지 업체에 외주를 맡겼는데 수출 규모가 커지다보니 수출 유통을 직접 맡게 됐다”며 “추후 중국과 미국 등으로 연결된 자사 물류망을 외부업체들도 활용할 수 있도록 제3자 물류 사업도 계획 중”이라고 전했다.
식품업계가 자체 물류망 확보에 힘주는 이유는 수출 등 판매 물량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는 수준을 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삼양식품의 지난해 3분기 누적 해외 매출은 5760억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8% 성장했다. 아울러 식품은 다른 제품군에 비해 신선도와 위생 유지의 관점에서 콜드체인과 자동화 과정 등 특수성이 요구된다. 삼성웰스토리는 지난달 스타트업 ‘세코어로보틱스’와 손잡고 물류자동화 솔루션 도입을 확대한다고 밝혔다. 삼성웰스토리는 자체 스타트업 오픈 이노베이션 프로그램에서 선정한 ‘세코어로보틱스’의 자율이동로봇을 식자재 물류센터 내에서 화물용 팔레트 자동 운반작업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동원홈푸드는 지난해 말 경남 양산시에 연면적 약 2만 6000㎡(7850평) 규모의 물류센터를 준공했다. 냉장, 냉동 등 모든 종류의 식자재를 하루 최대 450t(톤)까지 처리할 수 있는 규모다. 이 물류센터가 본격 가동되면 동원홈푸드는 외식 프랜차이즈, 식품기업 등 영남권의 5000여개 고객사에 하루 20만 건에 달하는 식자재를 공급할 수 있다. 동원홈푸드는 양산 물류센터를 거점으로 영남권 식자재 유통 사업을 강화해나간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