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신동빈 "강력한 실행력 필요"…외환위기 버틴 롯데 “혁신 없으면 우리도 파괴대상” [biz-플러스]

[롯데 상반기 사장단회의]

최대 위기 속 실행력 강조

글로벌시장 확대 천명

위기 극복은 역량 강화로

신유열 전무 첫 참석도





신동빈 롯데 회장이 18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신격호 선대회장 추도식에서 헌화하고 있다. 사진 제공=롯데신동빈 롯데 회장이 18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신격호 선대회장 추도식에서 헌화하고 있다. 사진 제공=롯데



롯데는 1997년 외환위기에도 전혀 흔들리지 않고 성장세를 이어갔다. 삼성과 현대그룹도 휘청이던 당시 무차입 경영 기조를 유지했던 롯데는 ‘무풍지대’였다.

2024년 롯데는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재계순위는 한 단계 떨어졌고 석유화학, 건설 등 주력 업종에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신동빈 롯데 회장은 올해 처음 열린 사장단회의에서 “강한 실행력을 발휘해 달라”고 주문했다. 신 회장이 강조한 실행력은 해외 시장 진출이 핵심이라는 평가다.

신 회장은 18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상반기 롯데 사장단회의(VCM)’에서 “새로운 시대의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롯데그룹이 될 수 있도록 강력한 실행력을 보여주기 바란다”고 경영진에게 강조했다. 지난해 사장단회의에서 과거 경험에서 벗어난 차별적 성공 방식을 구상하라는 주문을 했다면 올 상반기 회의에서는 이를 강력하게 실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사장단회의에서는 신 회장을 비롯해 롯데지주(004990) 대표이사 및 실장, 각 사업군 총괄대표와 계열사 대표 등 80여 명이 참석했다.



신 회장은 국내외 경제가 ‘초 불확실성’에 처해 있다고 분석했다. 신 회장은 “올해 많은 기관과 전문가들의 예상처럼 국내 경제의 저성장과 글로벌 경기 침체, 국내외 정치적 이벤트 등으로 과거보다 더 예측 불가능한 해가 될 것”이라며 “그룹 전체가 경영 환경 변화를 주시하며 민첩하게 대응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큰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어떠한 부침에도 계열사 임직원들이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한 것이다.

올해 경영 방침으로는 △산업 내 선도적 입지 확보 △글로벌 사업 확장 △경쟁력 확보를 위한 투자 △종합적 리스크 관리 등 4가지를 꼽았다. 신 회장은 “베트남 쇼핑몰 중 최단 기간 매출 1000억 원 달성이 예상되는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처럼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사업 모델을 만들어 달라”고 했다.

지난해에 이어 글로벌 시장 확대를 강조했다. 신 회장은 “성장 기회가 있는 국가라면 사업 진출 및 시장 확대를 적극적으로 검토하라”며 “불확실성이 큰 시기인 만큼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준비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계열사 대표들의 역할로는 비전과 혁신을 키워드로 제시했다. 신 회장은 “명확한 비전을 제시해 조직과 직원을 한 방향으로 이끄는 리더십을 발휘해 달라”며 “우리도 미래를 위해 혁신하지 않으면 파괴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 회장은 지난해부터 강조한 인공지능(AI)을 다시 한 번 화두로 꺼냈다. 그는 “AI를 단순히 업무 효율화 수단으로 생각하지 말고 혁신의 관점에서 본원적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여겨달라”고 주문했다.

이날 사장단회의가 열린 롯데월드타워 앞에서 취재진과 만난 이훈기 롯데케미칼 대표는 올해 매각하기로 한 파키스탄 자회사 매각 불발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홍보실을 통해 질문해 달라”며 말을 아꼈다. 김상현 유통HQ총괄 대표 겸 부회장은 “(올해도) 더 잘해야 할 것”이라며 “올해도 지속적으로 펼쳐온 디지털 전환을 진행하고 더 건전한 회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강성현 롯데마트·슈퍼 대표도 마트와 슈퍼 통합은 잘 진행되고 있다고 했고 롭스 사업 부진에 대해서는 “다 정리했다”고 설명했다. 이원직 롯데바이오로직스 대표는 “(회의에서) 송도 공장 증설과 관련된 얘기를 하겠다”고 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최근 송도 공장 증설을 추진하고 있다. 한편 신 회장은 이날 오전 고(故) 신격호 회장 4주기 추도식을 진행했다. 추도식에는 신유열 전무, 이동우 롯데지주 부회장 등도 참석했다.



박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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