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對)중국 첨단 반도체 수출 제재로 중국 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중국을 찾아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회사 측은 정부 당국과의 별도 만남 없이 현지 직원을 격려하기 위한 목적이었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사업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매출 비중이 높은 중국을 방문해 향후 사업 방향을 검토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22일 중국 현지 매체인 제일재경에 따르면 중국 엔비디아 직원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황 CEO가 최근 상하이에서 열린 회사 연례 회의에 참석한 사진을 게재했다. 황 CEO가 동북 전통 의상인 붉은색의 꽃무늬 조끼를 입고 무대 위에서 직원들과 함께 춤을 추는 모습도 포착됐다.
그의 중국 방문 사실은 중국을 떠나 대만 타이베이에 도착한 뒤에 알려질 정도로 극비리에 이뤄졌다. 황 CEO는 중국을 떠난 후에는 자신의 방중 사실이 공개되는 것을 마다하지 않고 “행복한 시간은 모두와 공유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무엇보다 황 CEO의 이번 중국 출장은 2020년 코로나19 사태 발생 이후 첫 중국 본토 방문이라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엔비디아 측은 황 CEO가 중국 방문 동안 정부 관계자와의 만남이나 주요 사업 발표와 관련된 일정은 없었으며 주요 목적은 중국 직원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위한 것’이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황 CEO의 방중이 단순히 직원 방문 차원은 아니었을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무엇보다 중국은 엔비디아의 핵심 시장 중 하나다. 엔비디아의 전 세계 매출 중 중국 매출이 4분의 1 가량을 차지한다.
더구나 미국의 대중 첨단 반도체 수출 제재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면서 엔비디아도 중국 수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 정부는 2022년 엔비디아에 A100과 H100을 비롯한 인공지능(AI)용 반도체에 대한 중국 수출을 중단하라고 주문했다. 해당 칩이 딥러닝과 AI 언어 등 AI 개발에 활용되는 기업용 그래픽처리장치(GPU)이기 때문이다. 엔비디아는 이를 수용해 저사양 AI GPU를 개발해 중국에 수출했지만 미 상무부는 지난해 10월 수출통제조치를 추가 발표하며 A800과 H800 등 저사양 AI 반도체의 수출도 제재 대상에 포함시켰다. 최근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이 수출 규제를 강화했음에도 중국 국영기관 수십 곳은 엔비디아의 AI 반도체를 사들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국가기관이 어떻게 엔비디아 칩을 구매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엔비디아의 입장도 난처할 수밖에 없었다.
현재 엔비디아는 미국 정부의 규제를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중국 시장을 겨냥한 제품을 지속적으로 내놓으며 대응하고 있다. 중국은 자체 개발을 통해 미국의 첨단 반도체 수출통제에 맞서고 있지만 여전히 엔비디아의 제품이 필요한 상황이다. 중국과 엔비디아가 서로를 필요로 하는 만큼 황 CEO의 중국 방문은 단순한 직원 격려 목적만으로 보기 힘들다는 해석이 나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