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제도

[기고]기업형 장기등록임대 확대해야

■심교언 국토연구원 원장

전세사기·보증금 미반환 위험 낮고

품질 높은 주택서 장기간 주거 가능

주택수요 대응·전월세 안정에 도움

임대시장 선진화 위해 활성화 필요





불안정한 주거 환경만큼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요소가 있을까. 평생 내 집에서 살 수 있다면 이런 걱정이 없겠지만 최근 발표된 ‘2022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가구 중 자가에서 거주하는 비율은 57.5%에 그친다. 나머지 42.5%는 다른 사람 소유의 집에 거주하고 있다. 이들에게는 언제라도 이사를 가야 한다는 주거 불안이 따라다닌다. 최근 전국적으로 발생한 전세사기로 임차인들의 불안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자기 집에 거주하지 않는 가구는 대부분 임대주택에 산다. 임대주택은 임대사업자가 임대하는 등록 임대주택과 그렇지 않은 비등록 임대주택으로 나뉜다. 민간 임대주택으로 보면 등록 임대는 152만 가구, 비등록 임대가 664만 가구로 임대주택 중 비등록 비율이 81%에 달한다. 임대사업자로 등록할 경우 보증보험 가입 의무, 임대료 증액 제한과 같은 공적 의무를 부여받는 대신 주택에 대한 취득세·양도세 감면 등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임차인 입장에서도 등록 임대주택은 보증금을 보호받을 수 있고 과도한 임대료 증액 걱정 없이 안정적 거주가 가능하다. 하지만 2020년 발표된 7·10 부동산 대책에 따라 일부 등록 임대주택은 임대 의무 기간이 종료되면 임대주택 등록이 자동 말소돼 재고 수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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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형 장기 민간임대주택은 등록 임대 재고 감소를 보완하기 위한 방안이 될 수 있다. 영세한 규모로 개인이 운영하는 임대주택과 달리 기업의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 임대주택 공급은 임대시장 선진화를 위해서도 꼭 필요해 보인다. 또한 비자발적 퇴거 위험에 노출되는 사적 임대주택과 달리 장기간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으며 청소·육아 등 차별화된 주거 서비스를 규모의 경제를 통해 저렴한 공급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집주인과의 갈등 없이 시설물 하자 보수와 같은 서비스도 제공받을 수 있으며 전세사기와 같은 보증금 미반환의 위험을 크게 낮출 수 있어 지속적인 공급 확대가 필요하다.

이에 정부는 기업형 임대주택 육성을 위해 2015년 뉴스테이 사업을 시작했고 2018년에는 공공성을 강화한 공공지원 민간 임대 사업을 추진해오고 있다. 하지만 기존 기업형 임대주택은 임대 기간 동안 각종 규제로 이익 창출이 어려워 임대 기간 종료 이후 부동산 매각을 통해 수익을 발생시키는 구조로 운영되다 보니 임대주택 재고 확충에 기여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국토부가 최근 발표한 ‘1·10 대책’에는 20년 이상의 장기 기업형 임대주택 신규 도입 방안이 담겼다. 기존 등록 임대 기간이 10년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20년 이상 임대하는 기업형 장기 임대주택은 임대주택 재고 확보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신규로 도입되는 기업형 장기 임대주택의 경우 임차인 변경 시 시세 반영 등을 통해 임대료를 정할 수 있고 세제 혜택도 합리적으로 부여한다. 이러한 규제 완화를 통해 시장 원리에 따른 임대주택 공급을 촉진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또 임대 기간 중에도 수익이 발생할 수 있도록 해 지속적인 임대 운영을 유도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민간의 창의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유형의 주택을 공급해 1~2인 가구, 고령 가구 증가 등에 따라 다변화된 주택 수요에 적절히 대응하고 전월세 시장 안정화를 도모한다는 방침이다.

기업형 장기 민간임대주택 육성을 통해 민간임대시장이 활성화된다면 임대시장이 선진화되고 임차인들은 보다 안전하고 품질 높은 임대주택에서 거주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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