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4월 총선을 앞두고 ‘묻지 마’식 돈풀기에 나서면서 하반기 경기와 인플레이션 대응 능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당국과 정치권의 포퓰리즘 중독으로 인해 선거 이후 재정 여력이 감소하는데 물가는 오르고 경기 침체 가능성은 커지는 총체적 난국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현재 광의통화량(M2)은 3894조 9000억 원으로 전월보다 35조 3000억 원 증가했다. M2는 시중의 유동성을 볼 수 있는 지표로 현 추세대로라면 올해 중 4000조 원을 돌파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20년 4월 M2가 3000조 원을 넘은 지 4년도 안 돼 1000조 원이나 불어나는 셈이다.
문제는 선거를 앞두고 시중 유동성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당장 정부의 예산 지출이 상반기에 집중돼 있다. 기획재정부는 상반기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의 65%를 조기 집행하기로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임시투자세액공제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세제 지원 등 이미 발표된 감세 규모만 최소 4조 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세입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지출이 급증할 경우 정부는 재정증권을 발행하거나 한은의 일시대출금을 활용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통화량이 더 늘어나 물가를 자극하게 된다. 적자국채를 발행하더라도 금리가 올라 민간투자가 감소하는 구축 효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총선 전 과도한 재정지출과 감세가 하반기 들어 경기 둔화가 본격화할 때 ‘실탄’ 부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걱정하고 있다. 선거 이후로 미뤄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리도 골칫거리다. 넘치는 돈과 홍해 사태로 물가가 다시 꿈틀댈 경우 기준금리 인하 시기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어 정부의 거시경제정책 자체가 꼬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경기와 물가의 ‘상고하저’를 예상하면서도 효과가 반대되는 정책을 하는 것은 경제학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정부의 정책 타이밍이 맞지 않는 것은 총선의 영향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