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피플

"늦게 배운 영어가 내 삶을 풍부하게 해줬죠"

마흔부터 영어공부 시작해 구글본사 디렉터 오른 정김경숙

100세시대에 공부할 가치 충분

자신의 '영어 분투기' 책으로 펴내

'오래 하는게 가장 빠른 길' 명심

저녁하며 영어로 중얼거리기 등

자투리 시간 모아 꾸준히 노력을





새해가 되면 수많은 직장인이 새해 목표 목록의 상단에 영어 공부를 담는다. 하지만 연말이 됐을 때 이 목표를 달성하는 사람은 드물다. 직장인이 하루에 낼 수 있는 시간이라는 게 보통 서너 시간이 고작인데 ‘선택과 집중’이라는 맥락에서 영어는 항상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마는 것이다. 외국계 기업인 구글코리아에서 일했던 정김경숙 씨 역시 그런 매년을 반복했다고 한다. 영어 스트레스가 있기는 했지만 당장 밥벌이에 지장이 없으니 미루고 또 미뤘다. 하지만 리더가 되자 더는 영어에서 도망칠 수 없는 순간이 찾아왔다. 그는 “과거에는 나부터가 동료를 ‘영어 잘하는 사람’과 ‘일 잘하는 사람’으로 나눴는데 이 구분이 모순된다는 걸 깨달았다”며 “리더는 내 업무를 넘어 다른 부서와 소통·조율 등이 더 중요해지는데 영어를 못하지만 일을 잘하는 건 불가능했다”고 회고했다.



그렇게 마흔에 다시 영어에 몰입했다. 기초 발음부터 시작해 10년을 씨름했다. 그리고 그렇게 쌓아 올린 영어는 그에게 새로운 커리어의 문을 열어줬다. 비영어권 출신 최초로 미국 실리콘밸리 구글 본사 커뮤니케이션 디렉터에 오른 것이다.

“1년에 한 번 전 세계 구글 홍보 담당자가 모이는 자리가 있는데 10년 공부로 쌓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본사와 각 지역법인의 소통을 중개할 사람이 필요하다’고 직접 제안을 했죠. 제안이 받아들여져 신설된 팀의 디렉터로 제가 가게 됐고요. 위기와 기회는 언제나 동시에 찾아온다고 생각해요. 만약 제가 준비되지 않았다면 모처럼 찾아온 기회를 잡지 못했겠죠.”




자신의 영어 분투기를 담은 책 ‘영어, 이번에는 끝까지 가봅시다’를 펴낸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루 살기도 바쁜 직장인들이 부디 짬을 내서 영어 공부를 하기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공부하기에 너무 늦은 건 아닐까’ 고민하는 이들에게 동기 부여를 해주고 싶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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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에는 은퇴도, 정년도 없잖아요. 그러니 늦게 시작해도 100세 시대에 투자 비용을 회수할 만한 시간은 충분하죠. 말하자면 ‘투자수익률(ROI)’이 아주 괜찮아요. 실제 영어 실력이 출중한 제 은사 한 분은 은퇴 이후 칠순 넘은 나이에 해외 비영리단체(NGO) 일을 하고 있어요. 그리고는 말하시죠. ‘영어라는 게 이토록 내 삶을 풍부하게 해준다’라고.”

저자는 책에서 자신만의 공부 비결도 풍부하게 다룬다. 오디오북 활용법이나 주변 사물과 풍경을 영어로 묘사하는 공부법, 장보기 목록을 영어로 써보기 등 일상 속에서도 활용할 만한 팁이 많다. 다만 영어 공부는 매일 해야 하는 것이고 그러려면 시간 관리가 필수다. 하루 24시간을 더없이 알차게 쓰는 듯 보이는 그에게 비결을 묻자 “내가 가용할 수 있는 시간을 한 번 총정리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밥 먹고 나서 15분, 출퇴근 30분, 저녁 준비에 30분 등 하루에 흘려보내는 시간을 모두 모아보면 누구나 서너 시간은 나올 거예요. 저는 그 시간을 최대한 버리지 않고 잘 쓰려고 노력하죠. 예를 들어 동시에 할 수 있는 일들을 묶어보면 한층 여유가 생겨요. 매일 아침 달리기를 하는데 그때 영어 듣기를 한다거나 저녁 준비를 하면서 요리 재료와 요리법 등을 영어로 중얼거려 본다거나.”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하려면 체력도 중요하다. 그는 “지치지 않으려면 체력이 필요하고 지루함은 지루함으로 극복한다”고 말했다. “보통 영어 실력이 성장하는 걸 ‘계단식 성장’이라고 하는데 계단도 꾸준히 밟아 놓아야 올라갈 계단이 생기는 법이죠.”

성공한 직장 선배로서 리더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영어와 체력 외에 갖추기를 권하는 것이 또 있을까. 우선 자기 업무에 대한 전문 지식 확보를 강조했다. 그는 “자기 일에서 일인자가 되지 못하면 남을 시샘하게 되고 그러면 다른 이를 이끌어줄 수 있는 올바른 리더가 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네트워킹도 중요하다. 그는 “시간이 흐를수록 ‘Know-what(무엇을 아는지)’는 변해도 ‘Know-who(누구를 아는지)’는 변하지 않는다는 걸 실감한다”며 “좋은 사람들을 진심으로 사귀면 어느 순간 서로 돕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우리는 뭐든 빠르게 달성하기를 바라는 것 같아요. 그런데 살다 보면 알게 되는데 단기간에 무언가를 완성하는 비법이나 비결은 결코 없어요. 우리가 하는 노력이 단기간에 빛을 볼 수는 없겠지만 이 노력이 결국 언젠가 보상으로 돌아온다는 것을, 어떤 노력이든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는 없다는 것을 시간이 갈수록 알게 되죠. 그러니 무슨 일을 하든 과정을 즐길 수 있으면 좋겠어요. 오래 하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라는 걸 잊지 마시기를 바랍니다.”


글·사진=김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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