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 워크아웃 사태 이후 첫 건설채 발행에 나선 현대건설이 수요예측에서 목표액의 5배에 달하는 주문이 몰렸다. 흥행에 성공한 셈이지만 일부 장기물은 민평금리(민간채권평가사가 매긴 금리) 대비 높은 금리에 모집 물량을 채워 얼어붙은 투자 심리를 완전히 극복하지는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신용등급 ‘AA-(안정적)’인 현대건설은 총 1600억 원 모집에 6850억 원의 매수 주문을 받았다. 2년물 800억 원 모집에 2800억 원, 3년물 600억 모집에 2400억 원, 5년물 200억 원 모집에 1650억 원이 몰렸다.
건설채 투심이 싸늘한 상황에서도 국내 건설사 중 가장 높은 신용등급과 현대차그룹 계열사라는 점 등을 내세워 충분한 주문 물량을 확보했다는 분석이다. 현대건설은 수요예측 흥행에 힘입어 30일 최대 2800억 원의 증액 발행도 고려하고 있다.
다만 민평금리보다 낮은 금리에 자금을 조달하는 ‘언더 발행’에는 일부 실패했다. 현대건설은 희망 금리 범위로 개별 민평금리에 -30~+30bp(1bp=0.01%포인트)를 제시했는데 2년물은 -5bp, 3년물은 3bp, 5년물은 10bp에서 모집 물량을 채웠다. 리스크가 비교적 높은 장기물일수록 시장이 평가하는 현대건설의 회사채 가격보다 싼값에 구매하려는 투자자들이 많았다는 뜻이다.
직전 회사채 발행인 지난해 8월과 비교해서는 다소 아쉬운 결과다. 당시 현대건설은 2년물 -13bp, 3년물 -10bp에서 모집 물량을 채웠다. 전체 주문액은 총 3550억 원으로 모집액(1200억 원)의 세 배에 달하는 자금을 확보했다.
타 건설사의 상황은 더 녹록지 않다. 연초 회사채 시장 복귀를 타진하던 대우건설(A)은 태영건설 사태 이후 일정을 잠정 연기했다. 롯데건설 최대주주인 롯데케미칼(AA)도 ‘계열사 리스크’를 감안해 일정을 미루기로 했다.
비우량 건설사들은 아예 사모채 시장으로 내몰리고 있다. 한양(BBB+)은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을 받아 채권담보부증권(P-CBO) 175억 원어치를 발행했고 이수건설(BBB)은 7.8%, 8% 고금리로 각 20억 원씩 겨우 40억 원을 조달하는 데 그쳤다.
건설사들의 ‘눈치 게임’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SK에코플랜트(A-)가 다음 타자로 나선다. 24일 1300억 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진행하기로 했다. 수요예측 흥행을 위해 1년물, 1년 6개월물, 2년물 등 비교적 짧은 만기로 구성했으며 주관사단도 한국투자증권·NH투자증권·KB증권·SK증권·신한투자증권·키움증권 등 대규모로 꾸렸다.
/김남균 기자 south@sedaily.com, 정다은 기자 downright@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