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8년 전 총선 패배’ 반면교사 삼아 여권 내홍 조속히 수습하라


4·10 총선을 불과 78일 앞두고 여권 수뇌부의 내홍이 심상치 않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가 최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나 사실상 위원장직 사퇴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위원장은 22일 “제가 사퇴 요구를 거절했기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말하기 어렵다”고 거취 관련 논의가 있었음을 확인했다. 이어 “제 임기는 총선 이후까지 이어지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할 일 하겠다’는 언급처럼 비대위원장직에서 물러날 생각이 없다는 뜻을 밝힌 셈이다.



이번 사태의 표면적 원인은 한 위원장의 ‘사천(私薦)’ 논란이다. 한 위원장이 당내 절차를 거치지 않고 갑자기 김경율 비상대책위원의 서울 마포을 출마를 밝히면서 촉발됐다. 다만 갈등의 실질적 원인은 김건희 여사의 명품 백 수수 논란 해법에 대한 한 위원장과 대통령실 간 온도 차와 거기에서 비롯된 신뢰 문제 때문일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심경은 불편하고 불안하다. 이번 내홍이 여권 내부의 권력 투쟁으로 비화하고 국정 운영 차질을 초래할까봐 걱정하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당정 간 신뢰를 회복해 국민들의 우려를 해소해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윤 대통령은 김 여사의 명품 백 논란에 대해 고개 숙여 국민적 상식에 맞게 해명하고 구체적인 재발 방지책을 밝혀야 할 것이다. 한 위원장도 당내 민주적 절차를 훼손하는 공천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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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총선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법치주의 등 헌법 가치를 뿌리내리게 만들지 여부를 가르는 중대한 선거다. 그런 점에서 과거 선거를 되돌아봐야 한다. 2016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당시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는 여당 후보 선정에 관여해 ‘진박 공천’을 추진하려 했다. 이에 김무성 당 대표가 강력 반발해 ‘옥새 파동’이 빚어졌다. 여권 내부의 권력 다툼은 결국 총선 패배와 박 전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졌다. 안보·경제 복합 위기 속에 여야의 끝없는 정쟁으로 정치가 실종된 상태다. 대통령실과 여당은 8년 전의 뼈아픈 패배를 반면교사로 삼아 이번 내홍을 국민의 시각에서 조속히 수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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