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가격이 50여 일 만에 4만 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올해 전 세계 가상자산 시가총액이 지난해보다 최대 세 배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장밋빛 전망’이 나오지만 정작 대표 가상자산인 비트코인은 ‘역주행’을 한 것이다. 시장에서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 이후 차익 실현을 위한 매도세가 당분간 비트코인의 가격 하락을 이끌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가상자산 시황 중계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23일 오후 2시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개당 4만 29달러로 24시간 전보다 약 2.4% 떨어졌다. 비트코인 가격은 이날 오전 4시 45분, 8시 55분께 각각 3만 9537달러, 3만 9475달러를 기록하는 등 ‘4만 달러’선이 붕괴되는 모습도 보였다.
비트코인 가격이 개당 4만 달러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 12월 4일 이후 50일 만이다. 미 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하기 직전일인 9일 비트코인 가격이 4만 6988달러까지 치솟는 등 1년래 최고가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불과 2주 만에 16%나 떨어진 셈이다.
시장에서는 차익 실현에 따른 매도 압력이 비트코인 하락을 이끌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가상자산 운용사 그레이스케일인베스트먼트가 비트코인의 하락을 주도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그레이스케일의 현물 비트코인 ETF(GBTC)에서는 최근 한 주 동안 22억 달러(2조 9480억 원)가 빠져나갔다. 그레이스케일은 그간 기관투자가들을 대신해 비트코인을 매입하던 신탁 상품을 판매해오다 이번에 현물 ETF로 전환하자 이전에 사들였던 비트코인이 현재 가격보다 현저히 낮아 물량을 대거 쏟아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가상자산 유명 트레이더인 크립토 토니는 “비트코인 가격이 4월 반감기를 앞두고 3만 8000달러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고 가상자산 거래 플랫폼 큐브익스체인지의 바르토시 리핀스키 최고경영자(CEO)는 “ETF에 대한 열기가 시들해지고 관심은 다른 곳에 쏠리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올해 가상자산 시장 전체 전망을 두고는 긍정적인 관측이 유지되고 있다.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코빗 산하 코빗리서치센터는 이날 미 가상자산 데이터 분석 기업 ‘메사리’가 발간한 2024년 가상자산 업계 전망 보고서 번역본을 통해 “투자자들이 보유할 수 있는 비트코인은 2100만 개에 불과한데 4년 주기의 반감기 이벤트가 2024년 중반 예정돼 있다”며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재무제표에 비트코인 시장 가치 반영 등 이벤트도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