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리튬·니켈·흑연 등 배터리 핵심 광물을 중국에서 조달할 경우 미국의 전기차 보조금을 받을 수 없게 되자 배터리 업계가 ‘탈중국’ 공급망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 업계의 중국산 흑연 의존도는 96.4%에 달한다. 리튬과 니켈, 코발트 역시 50%가 넘는다.
배터리 업계의 한 관계자는 23일 “핵심 광물의 내재화 없이는 K배터리 질주에도 브레이크가 걸릴 것”이라며 “공급망 다변화와 신기술 확보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음극재를 생산하고 있는 포스코퓨처엠은 인조흑연 생산을 통해 중국산 천연흑연을 대체해나가겠다는 계획이다. 포스코퓨처엠의 인조흑연은 포스코 제철 공정의 부산물인 콜타르를 원료로 사용해 원재료부터 최종 제품까지 완전한 국산화가 가능하다. 포스코퓨처엠은 인조흑연의 생산 규모를 2025년 말까지 올해보다 2배 이상 늘리기로 했다.
부족한 천연흑연은 포스코인터내셔널이 비중국산을 조달해 채운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지난해 마다가스카르와 탄자니아에서 각각 흑연 광산에 공동 자하는 협약을 맺었다. 호주 흑연 광산에도 추가 투자해 2030년까지 연 24만 톤 규모의 천연흑연을 포스코퓨처엠에 공급하는 것이 목표다. 포스코퓨처엠의 양극재에 들어가는 리튬·니켈 등은 포스코홀딩스가 아르헨티나, 호주, 캐나다 등에 투자한 염호·광산·염수 등을 통해 조달한다는 방침이다.
LG화학은 지난해 미국 광산 업체 ‘피트몬트 리튬’과 4년간 20만 톤 규모의 리튬정광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에코프로는 최근 글로벌자원실을 신설하고 기존에 투자해온 인도네시아 외 아프리카 신흥국까지 투자를 확대하기로 했다.
배터리 제조 업체들도 직접 광산에 투자하며 공급망 다변화에 나서고 있다. 삼성SDI는 최근 캐나다의 니켈 광산 개발 업체인 ‘캐나다니켈’ 지분을 1850억 달러(약 245억 원)에 인수했다. 삼성SDI는 이번 계약에 따라 캐나다니켈이 개발하는 니켈 광산 생산량의 10%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LG에너지솔루션도 칠레 SQM과 7년간 10만 톤의 공급계약을 체결했으며 SK온은 호주 레이크리소스에 지분을 투자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 의존도가 높은 원자재에 대한 내재화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며 “미국뿐 아니라 유럽도 중국을 배제할 가능성이 높아 배터리 전 밸류체인에서 업체들의 탈중국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