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건설사와 시행사에 공동주택용지를 매각하고도 받지 못한 연체 금액이 무려 1조 5000억 원을 넘어섰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고금리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미분양 확산으로 주택 사업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자 토지만 분양받고 중도금을 못 내는 회사가 부쩍 늘어난 탓이다. 23일 서울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한 결과, 이달 15일 기준 LH의 공동주택용지 분양 대금 연체 규모는 전체 45개 필지, 약 1조 519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6월 말 1조 원을 넘어선 데 이어 약 6개월 만에 5000억 원 이상 증가한 것이다. 2022년 말 7492억 원과 비교하면 1년 새 2배 이상 급증했다.
택지별로는 파주 운정지구 연체 규모가 7개 필지, 약 5439억 원에 달한다. 인기 택지로 분류되는 성남 복정1지구내 2개 필지도 2962억 원이 미납된 상태다. 건설사들에 안정적인 수익처로 여겨지던 공공택지에서 연체 금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것은 분양 경기 악화로 기대되는 수익이 사실상 제로 수준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것이 업계의 한결같은 하소연이다. 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연 10%대의 PF 브리지론을 일으켜 사업을 진행해도 분양 시장이 침체여서 분양 완판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분양 후 미분양에 따른 금융비융 리스크를 감안하면 차라리 LH 연체 이자(연 8% 수준)가 되레 저렴하다”고 설명했다.
계약금마저 포기하고 토지를 반납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LH에 따르면 지난해 연체 사유로 공동주택용지를 해약한 건은 총 4건, 규모는 3526억 원에 달한다. 남원주역세권 AC-4·5, 석문국가산단 B-1 등에서 계약 해지가 발생했다. 통상 공급 금액의 10~20%를 계약금으로 납입하지만 이를 포기하면서까지 계약 해지로 추가 손실 위험성을 차단한 것이다. LH가 매각 공고를 냈지만 안 팔리는 미매각 공동주택용지도 상당하다. 지난해 말 기준 LH 미매각 토지는 인천 영종, 수원 당수 등 총 32개 필지(총 1조 9000억 원 규모), 101만 7352㎡에 달한다. 3기 신도시인 남양주 왕숙2, 고양 창릉 등의 토지도 아직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주택 사업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전매 실적도 전무하다. 지난해 9·26 공급대책을 통해 한시적으로 공공택지 전매를 허용했지만 아직 전매 실적은 한 건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