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의 한 애플스토어에서 고객들이 제품을 구경하고 있다. AP연합뉴스경쟁사들에 비해 인공지능(AI) 개발 및 도입에 소극적이라고 평가받던 애플이 물밑에서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차세대 아이폰에 생성형 AI 기술을 적용하기 위해 스타트업 인수, 인력 채용, 소프트웨어·하드웨어 개발 등에 전방위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피치북에 따르면 애플은 2017년부터 AI 관련 스타트업을 21곳 인수했다. 경쟁사인 마이크로소프트(MS)와 메타가 같은 기간 각각 12곳, 11곳을 인수한 것보다 훨씬 많다. 지난해 초에는 AI를 이용해 영상 압축 서비스를 제공하는 미국 캘리포니아 스타트업 '웨이브원'을 인수했다.
웨드부시 증권의 다니엘 아이브스 애널리스트는 "애플은 중요한 인수·합병(M&A)을 할 준비를 하고 있다"며 "'AI 군비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와중에 올해 애플이 상당한 규모의 AI 거래를 하지 않으면 놀라운 일일 것"이라고 말했다.
인력 채용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애플의 AI 채용 공고 중 거의 절반은 '딥 러닝'과 관련된 직무다. 컴퓨터가 스스로 외부 데이터를 분석해 학습하는 능력을 일컫는 딥 러닝은 생성형 AI 알고리즘과도 관련이 있다. 애플은 2018년 구글에서 AI 부문을 총괄했던 존 지아난드레아를 영입하기도 했다. 또 애플은 자체 대형 언어모델(LLM)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애플이 최근 고성능 반도체를 연이어 공개하는 것도 이 같은 목표를 이루기 위한 일환이라는 분석이다. 애플은 지난해 10월 맥북용 M3 맥스 프로세서를 공개하며 "이전엔 노트북에서 불가능했던 업무 흐름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9월 발표된 아이폰15의 A17 프로 칩은 '뉴럴 엔진'의 성능을 이전 세대보다 두 배 높였다. 반도체컨설팅업체의 세미애널리시스 딜런 파텔 애널리스트는 "애플의 디바이스에 탑재된 칩들은 차세대 AI에 점점 더 맞춰지고 있다"고 평했다.
FT는 "애플의 목표는 모바일 장치에서 생성형 AI를 운영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AI 챗봇이 클라우드 서비스가 아니라 핸드폰 자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에서 구동되도록 하겠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애플은 오는 6월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최신 운영체제인 iOS18을 공개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모건스탠리 분석가들은 새 체제의 핵심이 생성형 AI 가동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고 있다. 아이폰의 음성 비서 '시리'가 LLM으로 구동되는 방안도 포함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