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이 지난해 대출 수요를 자극한 특례보금자리론 공급을 중단하고 보금자리론을 다시 출시한다. 주택 가격 요건은 9억 원에서 6억 원으로, 대출 한도는 5억 원에서 3억 6000만 원으로 낮춰 가입 문턱을 높였다. 기본 금리는 4%대이며 다자녀 가구와 전세사기 피해자 등은 3%대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금융위원회는 특례보금자리론 공급을 29일 종료하고 30일부터 보금자리론 공급을 재개한다고 25일 밝혔다. 금융위는 지난해 기존 정책금융 상품인 보금자리론과 적격대출을 통합해 특례보금자리론을 한시 출시한 바 있다. 금융위는 “보금자리론 공급은 서민과 실수요층에 집중할 것”이라면서 “특히 취약 부문에 대해 보다 두터운 혜택이 주어지도록 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보금자리론은 부부 연소득 7000만 원 이하인 가구가 6억 원 이하 주택을 구입할 때 자금을 빌려주는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이다. 최대 대출 한도는 3억 6000만 원이다. 다만 신혼부부는 연소득 8500만 원, 다자녀가구는 자녀 수에 따라 8000만(1자녀)~1억 원(3자녀 이상)으로 소득 요건을 완화한다. 전세사기 피해자의 경우 소득 제한이 없고 주택 가격 요건도 9억 원 이하까지 가능하다. 금융위 관계자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최대 70%)과 총부채상환비율(DTI, 최대 60%) 조건을 모두 채워야 하기 때문에 실제 대출 한도는 이보다 낮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보금자리론 기본 적용 금리는 4.2~4.5%다. 전세사기 피해자에는 1%포인트 낮은 금리를 매긴다. 다자녀·장애인·다문화·한부모가정 등 사회적 배려층(0.7%포인트), 신혼·신생아 가구(0.2%포인트) 등에도 우대금리가 적용된다. 이외 일반 차주에는 시중은행 절반 수준인 0.7%의 중도상환 수수료를 적용하고 전세사기 피해자 등에 대해서는 내년 초까지 수수료를 면제한다.
금융권에서는 보금자리론을 찾는 이용자가 이전보다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출시된 특례보금자리론에 비해 요건이 전반적으로 까다로워졌기 때문이다. 특례보금자리론 조건은 주택 가격 9억 원 이하, 대출 한도 5억 원으로 설정됐다. 특히 최근 대환대출 인프라 서비스가 도입되면서 시중은행의 주담대 금리는 3% 후반대까지 낮아졌다. 이달 10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주담대 갈아타기 상품의 최저 금리는3.67~3.83%다. 금리만 놓고 보면 정책금융 상품의 매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상당수 고객은 현 시점에 가장 낮은 금리를 찾아 대출 상품을 결정한다”면서 “다만 보금자리론은 고정금리 상품이기 때문에 금리 변동 위험을 피하려는 고객은 정책 모기지를 찾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태훈 금융위 거시금융팀장은 “통상 보금자리론 금리는 주택저당증권(MBS) 금리에 마진을 붙여서 산정하는데 현재 MBS 금리가 4% 수준”이라면서 “발행금리를 기초로 해서 정책금융 상품 금리를 결정하는 게 적합하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적격대출 공급은 잠정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적격대출은 9억 원 이하 주택에 5억 원 이하의 대출이 가능했고 시중은행에서 금리를 결정하는 구조였다. 김 팀장은 “적격대출은 서민층 지원 프로그램이라기보다는 은행권의 장기 고정금리 활성화 등 가계부채 질적 개선 역할을 담당해왔다”며 “정책 자금 우선순위를 보금자리론에 둘 필요가 있었고 은행들도 스스로 이런 프로그램들을 공급할 여건이 됐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