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4%에 그쳤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4분기 실질 GDP 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0.6%로 집계됨에 따라 연간 성장률이 앞서 전망한 대로 1.4%를 기록했다고 25일 밝혔다. 2차 오일쇼크(1980년)와 외환위기(1998년), 글로벌 금융위기(2008년), 코로나19 사태(2020년) 등 심각한 경제 위기가 덮쳤던 시기를 제외하면 우리나라 성장률이 1%대로 주저앉은 것은 1956년(0.6%) 이후 67년 만의 일이다.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2022년(2.6%)의 반 토막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나마 4분기부터 반도체 경기가 다소 살아났으나 수출 증가율(2.8%)과 민간소비 증가율(1.8%)은 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올해도 상황이 녹록지 않다. 성장률이 다소 반등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중동 분쟁과 보호주의 확산, 부동산 PF 리스크 등 안팎의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 내수가 얼어붙고 글로벌 교역 둔화마저 예고돼 국내외 기관들이 제시하는 2%대 초반 성장률도 낙관하기 어렵다. 한국은행은 지정학적 갈등 심화로 성장률이 1.9%에 그칠 수 있다고 예측했고 일부 민간 연구기관도 1.8%라는 비관적 전망치를 내놓았다. 기업들의 체감 경기는 새해 초부터 잔뜩 얼어붙었다. 한은이 발표한 1월 전 산업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전월보다도 1포인트 하락해 경기 판단의 기준선인 100을 크게 밑도는 69에 그쳤다.
요동치는 국제 정세와 중국의 경기 둔화, 고금리·고물가 장기화, 부동산 PF 위기 등 산적한 악재들을 뚫고 저성장의 터널에서 벗어나기 위한 해법은 명백하다. 옥석 가리기를 통해 부실을 도려내고 구조 개혁을 통해 경제 기초 체력을 키우면서 혁신을 가로막는 낡은 규제들을 조속히 혁파해야 한다. 그래야 투자와 함께 수출과 내수를 늘려 침체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재도약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경제 회복을 외쳐도 정부의 정책과 국회의 입법으로 실천하지 않으면 상황이 달라지지 않는다. 성장 동력을 재점화하기 위해 ‘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역동적 경제’ 구호를 행동으로 옮길 수 있도록 민관이 전력을 다해야 할 때다.